2007년 첫 출시된 아이폰은 혁신적인 기기였지만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교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전화와 문자, 날씨 확인, 메모, 음악·영상 감상 등이 기능의 전부였다.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슷해진 것은 2008년 7월 신규 서비스인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2008년 막 문을 열었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은 50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앱을 내려받아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 이용자들은 열광했고, 아이폰 판매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앱 배포와 업데이트 등 유통과 결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누구나 능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앱을 개발해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생태계가 구축됐다. 이후 구글도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만들면서 양자 구도가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4년이 지난 지금 앱스토어에는 180만여 개의 앱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애플이 직접 만든 앱은 60개 남짓이다. 앱 개발을 위해 정식으로 등록한 개발자는 3000만 명 이상이다. 애플은 앱스토어 개발자의 90% 이상이 소규모 업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 애널리시스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앱스토어 앱의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860억달러(약 108조원)에 이른다. 2020년 640억달러(약 81조원)보다 34%가량 늘었다. 보고서는 “음악 스트리밍, TV 및 영화 스트리밍, 독서, 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분야에서 애플에 소속되지 않은 개발자가 만든 앱이 사용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발자로부터 최대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도 비싸지만, 사실상 독과점 구조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런 지적을 감안해 앱 마켓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애플은 앱스토어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미국의 에픽게임즈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고 애플과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