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급성장하고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올 상반기 미국에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설비를 인수해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도 강화해 2030년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해 총 21개에 이르는 전체 파이프라인은 동시다발적인 임상을 통해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LG화학 "美 세포치료제 공장 확보하겠다"

상반기 美 생산 설비 확보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은 18일 기자와 만나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맥주로 치면 생맥주”라며 “미국 내에서도 수요자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거점별 생산 설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미국 동부지역에 있는 업체를 포함해 총 세 곳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할지, 합작법인(JV)을 설립할지, 생산만 맡길지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손 사장은 “국제 규격에 맞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생산 공정과 배양 및 정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올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설비 확보와 동시에 파이프라인도 강화한다. 호주에서 임상 1상 중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는 미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와 줄기세포에 유전자 치료를 더한 유전자 삽입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치료 효과가 좋아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는 전임상 중이다.

손 사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풀코스 마라톤에 비유하면 이제 5㎞ 지점에 도달한 초기 시장”이라며 “2030년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LG화학의 주력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개 파이프라인 동시 임상 가속

LG화학은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 신약 개발에 뛰어든 회사다. 1981년 유전공학연구 조직을 만들면서다.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등의 성과를 냈지만 사실상 ‘내수용’이라는 게 한계였다.

앞으로 LG화학이 내놓을 신약은 지금과 달리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게 손 사장의 생각이다. 손 사장은 “2017년 LG생명과학이 LG화학 우산으로 들어온 이후 5년간 개발과 생산, 영업 마케팅 등 영역별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혁신 신약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SK처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신약 개발에 나서는 전략이 아니라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는 ‘올인’ 전략을 펴겠다는 얘기다. 그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투자 대비 이익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매출의 약 3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3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5년 뒤 자체 2호 신약 배출”

손 사장이 내세우는 ‘글로벌 신약’ 첫 주자는 통풍 치료제다. 당뇨·대사질환 치료제 대표 주자다. 최근 임상 2상을 마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3상을 위한 사전 협의를 끝냈다. 2027년 정식 품목허가가 나오면 제미글로 이후 15년 만에 손에 넣는 신약이 된다. 손 사장은 “통풍 치료제는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직접 상업화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축은 항암·면역질환 치료제다. 손 사장은 “이제는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체내 면역을 강화하거나 면역을 피하는 기전을 막아 치료하는 면역의 시대가 왔다”며 “의료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큰 항암 혁신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 1상 중인 항암 파이프라인 모두 면역항암제다.

한재영/오상헌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