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꽂힌 SK, 이프랜드 확장 나선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한 사용자가 제작한 가상 의류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수백만원에 팔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가상 인간이 이프랜드에서 팬미팅을 연다.

SK가 그리는 회사의 미래 메타버스 모습이다. SK의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회사 SK스퀘어가 29일 코빗과 온마인드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런 미래를 앞당겨 메타버스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돈 버는 메타버스 만든다”

SK텔레콤은 2010년대 중반부터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본업인 통신 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19년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을 선보였고 올 7월 이를 이프랜드로 개편해 출시했다. 이프랜드는 스마트폰에서 3차원(3D) 아바타로 각종 행사, 모임,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360만 건을 넘었다.

메타버스 사업 안착이란 소기의 목적은 이뤘지만 회사 내부에선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제페토, 로블록스 등과 같은 경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가령 이프랜드 이용자가 메타버스 내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해야 이프랜드가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스퀘어가 출범 이후 1호 투자처로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 있다. 코빗은 2013년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원화 구매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대표 암호화폐거래소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코빗에 대한 투자는 암호화폐 거래 사업 자체에 초점을 둔 건 아니다”며 “이프랜드의 경제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프랜드 안에서 경제적 거래가 일어나려면 자체 암호화폐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 구축에 코빗의 블록체인 기술이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내 아바타·아이템 등을 NFT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기서도 코빗과의 협업이 힘이 될 전망이다. 코빗은 올 5월부터 자체 NFT거래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 자회사인 웨이브, 플로 등의 콘텐츠 기반으로 NFT를 제작할 수도 있다.

실감형 가상인간 이프랜드에 나올 듯

SK스퀘어가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제작 업체 온마인드의 지분 40%를 인수한 것도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로지, 수아, 루시 등 가상 인간은 주로 광고, SNS에서 활동하지만 앞으로는 메타버스에서도 활약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가상 인간이 메타버스에서 활약하려면 사람과의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온마인드는 이 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온마인드가 만든 수아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적용돼 사람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SK가 온마인드에 오랫동안 눈독 들여온 이유다. 가령 온마인드 기술을 바탕으로 실감나는 가상 인간을 제작해 이프랜드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놀게 하면 이프랜드가 한층 매력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인물의 움직임을 360도 입체 홀로그램 영상으로 변환하는 ‘볼류메트릭’ 기술을 갖추고 있다. 가상 인간에 볼류메트릭 기술을 접목하면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춤을 추는 가상 가수도 구현할 수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SK의 메타버스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