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정서에 해로울 것"
어린이 전용 인스타그램을 출시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계획에 미국의 주 정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뉴욕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44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페이스북에 어린이 전용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의 정신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열거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외모에 대한 집착뿐 아니라 사회적 신분 차이를 수용토록 하는 분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는 인터넷 환경이 야기하는 각종 도전을 헤쳐나갈 준비가 덜 된 어린이들의 정서에 해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도 각국의 35개 시민단체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어린이 보호를 위한 내용의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어린이 사용자를 늘리고 가족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페이스북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린이를 착취적이고 조작된 환경에 노출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당초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 입장을 고수했다. 스테파니 어트웨이 페이스북 대변인은 "어린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며 "페이스북은 안전하게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주정부까지 반대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 과정에서 감독 당국 및 입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향후 아동 발달 분야 전문가들과 어린이의 안전과 정신건강,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사진 전용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현재 13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나이를 속이고 가입하는 어린이 사용자가 적지 않고 어린이 사용자를 노린 각종 범죄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어린이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인스타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성인의 접근을 막고 광고를 제한하는 등 어린이에게 친화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현재 인스타그램의 어린이 사용자가 각종 기능이 제한된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은 더 어린 사용자가 SNS로 유입되는 창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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