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은 롯데에 앞서 삼성과 SK가 찾은 ‘차세대 먹거리’였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들 그룹의 ‘주전공’인 반도체 제조와 바이오제품 생산 공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2011년 문을 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9년 만인 지난해 세계 1위 바이오 위탁생산(CMO)업체가 됐다. 지난해 일라이릴리, GSK 등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항체치료제 생산물량을 1조8000억원어치 따낸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1648억원, 영업이익은 2928억원이었다. 최근 3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47%, 영업이익 증가율은 129%에 달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전년 대비 29.8% 늘고 영업이익은 67.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CMO 분야의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해 익힌 삼성 특유의 양산능력과 품질관리 노하우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MO 사업은 양산능력과 품질관리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과 비슷하다”며 “삼성이 BMS, 로슈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SK는 그동안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던 인수합병(M&A) 전략을 CMO 사업에도 적용해 성과를 냈다. 2017년 BMS의 아일랜드 저분자의약품 API 공장을 17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미국의 CDMO(의약품 개발생산)업체 AMPAC을 8000억원에 사들였다. 잇따른 M&A를 통해 글로벌 CMO 업체의 위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지난 1월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등을 자회사로 둔 통합 CMO 법인으로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