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평가
과기부·기재부 등 사업 분석
최근 33건 중 31건이 '허점'
"기본 데이터도 없다" 지적도
‘모호한 목표, 기술 이해도 부족, 과대 포장….’
정부 주도 인공지능(AI) 사업계획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년간 정부가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33건의 사업계획서 중 31건이 이런 평가를 받았다. 열에 아홉은 계획 단계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연구팀이 행정안전부 용역과제로 수행한 ‘공공분야의 인공지능 촉진 및 활성화를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년간 조달청을 통해 33건의 인공지능 도입 정부사업을 수행했거나 착수했다. 연구팀은 각 사업의 제안요청서와 사업계획서를 검토했다. 어떤 데이터와 AI 기술을 사용해, 무슨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제안했는지 등을 살폈다.
연구팀 검토 결과 상당수 사업계획서가 불분명한 사용 기술과 사업 목표, 불명확한 데이터 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18억원을 투입한 ‘AI 기반 전자감독 서비스 구축’에 대해 연구팀은 “구체적 알고리즘이 없고 해결방안도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해당 사업은 전자발찌 착용자의 지리적 환경을 분석해 범죄징후를 예측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인공지능업계 관계자는 “범죄징후가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데이터에서 이런 경우를 어떻게 추출할지 판단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20년 기획재정부가 통계분석을 통해 신종 무역 이상 거래를 포착하겠다며 14억원을 투입한 ‘AI 기반 무역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텍스트 문서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수준의 사업”이라며 “정작 머신러닝 기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AI를 사용해 초등학생의 수학 수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초등수학 수업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연구팀은 “(학습) 수준 진단 및 성취 예측은 딥러닝이 아닌, 일반 머신러닝으로도 접근 가능하다. 데이터도 시계열로 파악이 가능한 데이터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국가정책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역시 어떤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편과 택배에 접수되는 주소정보를 실시간으로 머신러닝해 고객 주소 변동 여부를 측정하겠다고 밝힌 ‘머신러닝 기반 간편 주소관리 서비스’에 대해선 “(추정값의) 정확도 90%를 제시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했다.
사용할 AI 기술이 정확하게 잘 기술됐다고 평가받은 것은 두 개뿐이었다. 2018년 교육부 한국고전번역원이 고전문헌에 적합한 인공신경망 번역모델 학습방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기반 고전 문헌 자동번역시스템 고도화’에 대해서 연구팀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내용이 비교적 정확하게 잘 기술됐다”고 평가했다.
2018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법정녹음 데이터를 음성인식해 문자화하겠다고 밝힌 ‘음성인식 기반 법정녹음 지능형자동기록 시스템’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목적이 명확하고,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정부 사업에서) 핵심 기능 외의 부가적인 기능을 나열해 (오히려) AI 기술의 활용 목적을 불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목적과 AI 사용 분야, 보유 데이터 및 학습 데이터의 양과 특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술이해도가 낮거나, 사업계획서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앞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또 “기관에 따라 각자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인공지능 분류체계를 사용한다”며 “통합된 분류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부처 간 체계적 협업 시스템의 정립과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이 창조한 발명의 권리 보호 방안을 마련한다. AI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춘 움직임이다. 특허청 등 유관부처와 법규 방향을 수립하고, AI에 특허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생기면 신규 입법까지도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특허청은 23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AI·데이터 기반 디지털 지식 재산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AI의 발명·저작물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AI 창작물, 데이터 등 보호해야 할 새 지식 재산이 대두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며, 산업 가치사슬과도 연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현행법상 AI는 발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특허법 제33조 및 37조에 발명한 사람과 승계인만 특허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영국에서 AI ‘다부스(DABUS)’가 최초의 AI 발명가가 될 뻔했지만, 유럽특허청(EPO)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이후 AI의 지식재산권 권리는 국제적 논쟁거리로 확산됐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도 AI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특허청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범부처 논의를 거쳐 AI 발명의 권리 보호 내용과 방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 당면 과제도 함께 결론지을 계획이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정보기술(IT) 인재 유치 경쟁은 지구적 현상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인터넷 포털업체 관계자는 “연 30만달러쯤 하던 국내 박사급 인재 몸값이 1년 새 50만달러 이상까지 치솟고 있다”며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려는 국내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22일 글로벌 AI 연구기관 엘리먼트AI가 발간한 ‘2020 글로벌 AI 탤런트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 평균 AI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지만 충원되지 않는 ‘프로듀서 국가’로 분류됐다. 해당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AI 인력이 유입되는 정도와 기존의 AI 인력이 머무르는 정도를 수치화했다.한국은 유입되는 정도와 머무르는 정도가 각각 -0.29와 -0.63이었다. 외국에서 AI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기존에 있는 인력은 해외로 나가는 대표적인 국가라는 의미다. 수치가 플러스로 갈수록 인력을 끌어들이는 환경적 매력도가 높다는 뜻이다.국내 한 대기업의 AI 담당 임원은 “실리콘밸리 평균 업체와 국내 대기업 연봉 차이가 두세 배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곳에 진출해 인정받은 한국인 개발자도 많다 보니 외국 기업이 수시로 온라인을 통해 인재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김진원/이시은 기자 jin1@hankyung.com
지난해 1년 동안 직원 수가 두 배 이상 급증한 토스는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관련 인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토스는 경력 채용 조건으로 전 직장 연봉의 두 배 정도를 급여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IT 개발자 구인난국내 IT업계는 그야말로 ‘개발자 확보 전쟁’에 휩싸인 듯한 형국이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본업이 IT가 아니었던 비(非)IT기업까지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업계에서는 ‘IT 인력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1년간 신입 또는 경력 개발자 수백 명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 인원이 역대 최고 규모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호황의 결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배경에는 ‘뺏고 뺏기는’ 도미노 인력 유치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평소 경쟁업체로 생각하지 않았던 쿠팡,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토스 등이 최근 IT 인력을 빨아들인 게 결정적인 신규 인사 수요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해 전자상거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발했다”며 “IT 버블 때도 이러진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카카오(계열사 포함) 직원 수는 지난해 처음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코로나19 확산으로 덩치가 급격히 커진 ‘스타트업 레벨’ 기업들도 개발자를 빨아들이는 채널 중 하나다. 최근 미국 매치에 2조원에 팔린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 개발사인 하이퍼커넥트를 비롯해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등도 올해 100명 이상의 경력직을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인력 블랙홀’ 쿠팡과 빅히트최근 ‘판교 대란’으로까지 불렸던 IT 개발자 대규모 연쇄 이동의 진원지는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경력 공채를 하면서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제공했다. 토스는 직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약속했다. 지난해 상장한 엔터테인먼트사 빅히트도 경력 입사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기업들의 ‘인력관리 비책’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전 직원에게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씩을 상여금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넥슨은 1일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연봉 인상률로 따지면 13%에 달하는 파격이다. 넷마블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전 직원에게 연봉을 800만원씩 더 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컴투스와 게임빌까지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발자 등 국내에 부족한 IT 인력의 연봉은 5억원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인건비를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성적 개발자 구인난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만 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연구소가 시행한 ‘2019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47.9%는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채용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개발자 부족 현상이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개발자각종 정보기술(IT)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력의 총칭. 컴퓨터는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진수로 변환된 기계 언어체계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과정인 코딩(coding)을 수행하는 게 개발자의 역할이다.김주완/박진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