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구조조정하기로 하면서 매각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현실적으로 MC사업본부 전체를 ‘통매각’하기보다는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수 있는 회사로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빈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 ‘픽셀’을 선보이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미하다. LG전자는 2012~2015년 구글과 함께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2014년 인수한 자회사 오큘러스를 통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해 AR·VR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힌다.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이지만 북미 시장에선 지난해 12.9%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 업체가 인수하면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저가 제품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베트남의 빈그룹이 LG전자의 베트남 공장과 기술력을 확보해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설계, 디자인 등 연구개발(R&D) 부문은 남겨두고 해외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가전, TV 등 다른 제품을 연결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한다”며 “전기차 등으로 LG전자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기보다는 애플처럼 제품 설계만 담당하고 생산은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른 기업이 인수하더라도 LG 브랜드를 쓸 수 없다는 점도 분할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모토로라, 노키아 등은 다른 회사에 매각되더라도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기업이 LG 스마트폰이란 이름으로 제품을 팔 수 없을 것”이라며 “베트남, 중남미 등의 생산시설과 지식재산권(IP) 분할 매각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