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CICC "엘앤씨바이오와 中 JV 설립 마무리 단계…韓기업 투자 확대"
엘앤씨바이오와 중국 내 합작사 설립을 위한 자금 납입은 완료됐습니다. 한국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도 준비 중입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고위 관계자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류 절차만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엘앤씨바이오와 조인트벤처(JV) 설립 작업이 내달께엔 마무리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CICC는 1995년 중국건설은행과 모건스탠리 등이 함께 세운 투자 기관이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인 레빈 주가 회장을 맡기도 했다. CICC 고위 관계자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ICC는 한국 기업 첫 투자 대상으로 엘앤씨바이오를 선택했다. JV를 설립하고 중국 쿤산에 메디컬 파크를 지을 예정이다. 자금 납입 완료와 함께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엘앤씨바이오는 죽은 사람의 피부와 뼈, 연골 등을 가공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피부 이식재 분야에서 약 50%의 점유율로 미국 앨러간을 누르고 국내 1위에 올랐다.

CICC 관계자는 중국 내 피부이식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재료를 공급할 제대로된 회사가 없어 엘앤씨바이오에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CICC에서 한국 시장을 연구한 뒤 엘앤씨바이오에 먼저 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하루 7만명의 화상환자와 연 30만명의 유방 재건 수술 환자가 발생하는데 피부 이식 재료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중국엔 없다”며 “합작 회사가 만들어지면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유방 재건 수술에 사람이 아닌 돼지 피부를 이식해 피부가 썩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엔 제이야라이프란 베이징 소재 회사가 있긴 하지만 중국 성형외과 의사들 자체가 중국 기업 제품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거부 반응률이 높은 탓이다.

반면 한국 기업이나 의사의 성형 기술 등에 대해선 신뢰도가 높다.

이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말~이달께엔 JV 설립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서류절차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자금 납입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소문에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중국 회사가 JV 투자 펀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펀드를 영국령 케이만제도에 만들고 등록하는 과정에서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과 중국 정부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외화를 해외로 갖고 나가는 모양새여서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영국에서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서류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며 “예상대로라면 늦어도 내달엔 행정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세워지는 JV명은 ‘L&C BIO CHINA’다. CICC가 합작회사의 가치를 약 20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2000만 달러(230억 원 정도)를 투자키로했다. 지분이 10% 정도 되는 것이다. .

투자를 받은 자금으로 중국 쿤산 메디컬 파크에 피부, 뼈 연골, 근막, 인대 등 인체조직 피부이식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공사기간은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쿤산 메디컬 파크 규모는 연 매출 1조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CICC와 손을 잡고 중국에 진출하면 여러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공장이 세워지는 쿤산시 등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쿤산 메디컬 파크 부지를 사는 과정에서 주변 시세의 10분 1 수준으로 땅을 매입했다”며 “이외 허가 절차 등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중국 1위 임상수탁기관(CRO)인 타이거메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인허가를 도울 회사들을 아예 지분 투자자로 참여시킨 것이다. 허가 후 중국 내 영업을 담당할 제약회사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엘앤씨바이오의 피부이식재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출신 직원 5~7명이 자문 형태로 엘앤씨바이오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JV에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제약 회사 출신의 임원들이 대거 합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합작법인을 중국 내에 설립하고 허가를 받으면 패스트트랙제도를 통해 1년 반 정도 안에 허가가 가능하다”며 “중국 정부가 수입의료기기 국내 생산 제조에 관한 공고를 지난 9월에 바꾼 게 허가 기간을 당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허가가 나면 허가 첫 해에 한국시장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 역시 중국 사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내 임상을 위해 CRO 회사인 타이거메드와 계약을 했다”며 “CICC 측 등과 매주 화상 회의를 하면서 허가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