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락 특파원의 실리콘밸리 통신

'양날의 검' 된 안면인식 기술
"경찰 등 행정기관 활용 금지"
아마존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동 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아마존 제공

아마존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동 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아마존 제공

‘기술 혁신인가, 사생활 침해인가.’

범죄자 추적, 본인 인증, 결제 시스템 등에 활용되고 있는 안면인식 기술이 미국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감독위원회)가 경찰 등 행정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데 이어 아마존의 일부 주주들도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범죄 수사 등에 효과가 큰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안면인식' 논쟁 불붙은 美…"범죄자 추적 유용" vs "사생활 침해"

아마존 주주, “안면인식 금지하자”

아마존 주주들은 지난 22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경찰 등 정부기관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건을 두고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과반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안면인식 기술을 제재하려던 일부 주주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아마존 측은 표결 전 “안면인식 시스템을 그릇되게 사용했다는 단 하나의 보고도 접수된 적이 없다”며 “일부 주주들의 반란에 가세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아마존의 안면인식 기술인 ‘레코그니션’은 동영상, 사진 등을 스캔해 2000만 명의 얼굴 자료를 보유한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일치되는 얼굴을 찾아낸다. 아마존은 99% 이상 일치했을 때만 결과로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등은 아마존의 안면인식 기술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CLU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표결에 부친다는 것은 아마존 경영진의 수치”라며 “안면인식 기술은 만연하는 정부기관의 감시를 더욱 쉽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면인식 기능을 담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제공

안면인식 기능을 담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제공

구글 AI 스피커도 논란

구글이 이달 초 선보인 안면인식 기술을 담은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AI 스피커에 장착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각각 인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얼굴만 보고도 나를 알아보는 똑똑한 AI 스피커로,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 등 ‘빅브러더 사회’에 관한 우려다. 미국 LA타임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가운데 구글의 새 기기(네스트 허브 맥스)가 안면인식 논란을 가정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측은 AI 스피커에 얼굴을 입력하면 최초의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처리하지만 이후에는 기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새어나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AI 스피커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직원들이 매일같이 세계 수천만 명의 사용자 대화를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얘기다.

안면인식 논란이 커지면서 이 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는 경찰과 교통국 등 시 행정기관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조례를 8 대 1로 통과시켰다. 다만 공항·항만 등 연방정부 시설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에런 퍼스킨 감독관은 “샌프란시스코에는 많은 기술 기업 본사가 있는 만큼 기술 남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인근 도시인 오클랜드와 매사추세츠주 서머빌 등도 비슷한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달 제출됐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쇼’와 보안 카메라 ‘클라우드 캠’.  /아마존 제공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쇼’와 보안 카메라 ‘클라우드 캠’. /아마존 제공

“범죄 수사에 안면인식 필수”

안면인식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미 미국 공항과 대형 경기장 등에서 이 기술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뉴욕 JFK공항은 신분 확인 등을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델타항공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애틀랜타공항에서 국제선 여객기를 이용하는 승객의 수속을 돕고 있다. 항공기 한 대당 평균 승객 수를 고려할 때 이 시스템을 통해 탑승 수속에 걸리는 시간이 9분가량 당겨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1년까지 미국의 ‘톱20’ 공항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테러 행위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모든 국제선 승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는 안면인식을 활용한 자동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소비자들은 아마존 고에서 물건을 집어들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을 찾은 스토커를 식별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법률 전문가인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공항이나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안면인식 기술이 지닌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범죄예방단체인 스톱크라임SF도 “경찰이나 검사 등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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