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08년 1월. 한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판도라TV, 엠엔캐스트, 엠군, 다음TV팟, 곰TV, 아프리카TV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의 아성이 탄탄했다. 그러나 요즘 토종 플랫폼의 존재감은 예전같지 않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토종 업체가 유튜브에 밀린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단기 수익에 집착한 ‘사업 전략상 오류’와 더불어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역차별 규제’가 토종 업체들의 입지에 악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아프리카·판도라TV는 왜 밀려났나
2006년 문을 연 아프리카TV는 유튜브에 앞서 ‘1인 방송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이 업체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엔 ‘별풍선’이 있다. 시청자가 마음에 드는 BJ(진행자)에게 소액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한 유료 아이템으로, BJ들이 색다른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인이 됐다. 별풍선은 본사 입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별풍선이 오갈 때마다 최대 40%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풍선을 얻기 위한 방송을 자극적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독(毒)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 수익 배분을 놓고 아프리카TV와 갈등을 겪은 유명 BJ들이 유튜브로 대거 이탈한 사건 역시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다.

10년 전만 해도 동영상 서비스 1위를 달렸던 판도라TV는 수년간 연매출 10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2009년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자 이용자가 해외 서비스인 유튜브로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유튜브에선 ID를 만들 때 ‘국가’만 바꾸면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동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이 제도는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한 번 떠나간 이용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