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문제제기에 한국얀센서도 폭로 메일

하루가 다르게 번져가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유명 대학병원과 다국적제약사에서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이 8일 미투 폭로전에 휩쓸린 가운데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얀센도 한 여직원의 성폭력 경험 폭로로 구설에 올랐다.

이들 병원과 업체는 모두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얀센의 한 여직원은 7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떠나며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그동안 겪었던 직간접적인 성폭력 및 언어폭력을 낱낱이 공개했다.

메일에는 평소에는 점잖다가도 술만 마시면 부적절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회사 밖의 의사들이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함부로 하는 사내 선배들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 직원에게 점수를 매기거나 모 회사 여직원과 교수의 확인되지 않은 추문을 늘어놓는 선배와 옆에 앉아 기대고 허벅지를 만졌다는 상급자의 사례 등이 담겼다.

다만 가해자의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가해자를 지목하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내에서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 모두 인지하길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얀센은 이 직원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어떤 종류의 괴롭힘도 사규 위반이므로 회사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내용이 사실일 경우 강력한 규정을 통해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문화' 강한 병원·제약사로도 '미투' 확산 조짐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교수 12명은 동료 교수가 학생, 간호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처방 의혹도 곁들여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성희롱 문제는 의대와 대학본부에서 사건 당시 조사에 나섰으나 피해 당사자가 원치 않아 중단했었다"며 "다른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대학과 함께 조속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 교수가 1999년 인턴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같이 근무했던 인력 등을 수소문하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해당 교수에 조사 착수 사실을 알렸고, 이와 동시에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학병원과 제약사에서의 미투를 계기로 폭로전이 확산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병원이나 제약사의 근무 문화가 갑을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고 남성중심의 도제식 교육이 일반화돼 있어 다른 직종보다 성희롱이나 성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도제식 교육에 보수적인 문화가 만연한 의료계 특성상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서까지 미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앞서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서도 성폭행 물의를 일으킨 임상강사를 뒤늦게 '해직' 징계해 늑장처분으로 비난을 샀고, 지난해 전공의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아직도 해당 교수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