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역 주변 상권이 삼성역, 강남역 등 서울 강남 상권을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국내 최대 상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권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부산 자갈치·국제시장역 주변으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에서 1, 3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역 남부(삼성전자 서초사옥 방면)와 압구정역은 각각 13위, 19위로 밀려나는 등 적잖은 상권 변화가 있었다.
국내 최대 상권은 서울 광화문… 유동인구 1위는 부산 국제시장
뜨는 광화문·시청·종각 ‘3각 상권’

SK텔레콤이 자사의 상권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으로 2016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1년간 전국 주요 20개 상권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오비전은 현대카드의 카드 매출을 기본 정보로 삼는다. 여기에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 현금·카드 사용 비율, 유동인구 등의 변수를 넣고 빅데이터로 분석해 주요 상권 매출을 추산한다. 유동인구 수는 SK텔레콤의 통신 트래픽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이번 조사에서 광화문역 상권은 5조83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연 매출 기준 1~10위 중 서울 지역 상권은 8곳이 포함됐다. 상위 10개 상권의 매출이 전국 20개 상권 매출의 81%를 차지했다.

광화문역과 이곳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있는 시청역(6위), 종각역(7위) 등 강북 3개 상권의 연 매출 합계는 12조7000억원으로 강남역 남·북부(4조9000억원)보다 2.5배 많았다. 지난해 이 지역 상권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촛불 시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동훈 SK텔레콤 지오비전 담당 부장은 “재개발 정비 등으로 강북 상권이 살아난 데다 촛불집회 등의 대형 집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역 남부 상권 쇠퇴·수원 영통구 급부상

강남역 남부 상권의 쇠퇴가 두드러졌다. 2013년 조사 때 1위에서 올해 13위로 떨어졌다. 강남역 북부(국기원 방면)가 4위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력이 단계적으로 수원 삼성디지털시티로 옮겨간 여파로 분석된다. 삼성디지털시티가 들어선 경기 수원 영통구는 2013년 조사에서 100위권 밖에 있다가 이번 조사에서 81위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매출(소비) 항목에서도 광화문역이 1위(390만원)에 올랐다. 1인당 월평균 매출은 상권 내 월 매출을 월 유동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2위는 서울 강동구 천호역(320만원)이었다. 천호역 주변에 조성된 속칭 먹자골목이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유동인구까지 흡수하며 ‘알짜’ 상권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식은 종각역·중식은 신사역 강세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자갈치·국제시장 주변(59만170명)이었다. 2위는 종각역(48만2760명), 3위는 강남역 남부(45만3948명)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10~20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서면, 30대는 강남역 남부, 40~60대는 부산 자갈치·국제시장 주변이었다.

외식업종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한식·양식은 종각역 주변이 1위를 기록했다. 양식 부문에서 안양시 범계역 인근 상권이 4위를 기록한 게 눈에 띄었다. 안양과 평촌 신도시로 둘러싸인 인구밀집지역인 데다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이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중식은 강남역 남부와 종각역, 신사·논현역 상권 매출이 높았고 일식은 강남역 북부, 종각역, 부산 자갈치·국제시장 주변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