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프트웨어(SW)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응용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아주 저조하며 미국, 일본, 독일 등 IT 경쟁국들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별·ICT 활용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1990∼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보험과 도소매업종 등 ICT 자본 활용(ICT-Using·주로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26%로, 조사 대상인 10개 IT 선진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ICT 개발에 주력해 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국제비교가 가능한 미국과 일본, 한국 등 10개국을 선정해 ICT산업 중 상품생산과 활용. 비(非)ICT산업 등 3개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을 조사해 연구서 '2014 총요소생산성 국제비교'를 내놓았다.

◇한국 ICT 응용 저조
ICT 자본 활용도를 보여주는 'ICT산업 응용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 항목에서 미국은 37.5%로 네덜란드(37%)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이어 독일(35.3%)과 영국(35.2%), 이탈리아(34.6%)는 3∼5위에 올랐고, 오스트리아(34.4%)와 일본(33.1%), 핀란드(31.1%)는 6∼8위를 기록했다.

한국(26%)은 스페인(27.3%·9위)에 밀려 조사대상 10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저조한 이유를 "소프트웨어(SW) 기술개발에 등한시한 결과"로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삼보컴퓨터의 부도 사례를 들어 "우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 가치 상품 개발을 위한 장기적 안목 없이 본체 생산·판매 등 단기 수익원에만 집착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개발 수준이 낮아 ICT 기술의 다양한 활용을 통한 고부가가치 생산이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도 사회 전반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중·고교, 대학교 등 교육기관도 SW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ICT상품 생산(ICT-Producing·주로 제조업)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에서는 9.5%를 기록, 선두인 핀란드(9.7%)에 이어 10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8.9%)과 미국(8.4%), 영국(8.0%)은 3∼5위를 차지했고 독일이 7.9%로 그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6.5%)와 오스트리아(6.2%)는 7∼8위, 네덜란드(5.8%·9위)는 근소한 차로 스페인(5.6%·10위)을 누르고 꼴찌를 면했다.

오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제조업·서비스업에 정보통신(IT)을 접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SW의 기반이 되는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 데이터·모바일)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주요 선진국에서의 ICT 자본에 대한 투자가 주춤해진 것은 2000년 닷컴 업종들의 거품 붕괴로 ICT 업종이 타격을 입은 때문으로 보인다.

ICT 자본투자의 투자수익률이 감소한 것도 영향이 컸다.

◇IoT, '저성장 고착' 방지 해결사 역할 기대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 추진과 별도로 ICT 부문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기업 다수가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구축'을 들었다.

그는 "ICT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먼저 IoT 부문의 고부가가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현 시점에서 ICT 융합 부문이야말로 투자와 성장의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CT 분야는 주요 선진국들이 아직 주력하지 않은 분야여서 한국에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투자 유인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경제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 형태의 한국경제 성장 동력을 되찾는데 ICT 융합 부문이 최적의 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 속에서 이제 저성장 고착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 중반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작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작년 1분기 3.9%를 보인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올 2분기에는 2.2%로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