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비슷한 내용의 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다. 인기 게임을 거의 그대로 베끼거나 과거 히트쳤던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바꿔놓은 것들이 많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질려 게임 수명이 짧아지고 일부에서는 표절 논란도 일고 있다.

○게임업계의 베끼기 경쟁

NHN의 자회사 NHN재팬이 모바일 메신저 ‘라인’용으로 지난 19일 내놓은 ‘라인팝’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팡’의 판박이다. 게임 방법이나 친구와의 순위 경쟁, 사이버 머니(하트) 이용 등 중요한 게임 요소가 같다. 이 게임은 나온 지 하루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모바일 게임업체 인큐베이팅과 컨설팅 업무를 하는 ‘와일드카드 컨설팅’의 김윤상 대표는 “애니팡은 같은 모양의 세 개를 모아 제거하는 ‘매치3’ 퍼즐 게임으로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 장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저작권을 주장하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비슷한 게임이 계속 나오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넥슨이 내놓은 ‘퍼즐주주’는 NHN 한게임의 ‘버즐’과 유사하다. 출시를 앞둔 위메이드의 ‘팡타지아’도 씨씨알의 ‘포트리스2레드’와 비슷하다.

○표절 법적 분쟁 우려도

게임 업계에서는 표절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 ‘비앤비’와 ‘붐머맨’, ‘건바운드’와 ‘포트리스2블루’, ‘신야구’와 ‘실황파워풀 프로야구’ 등이 표절 소송을 겪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슷한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이용자들이 모바일 게임 자체를 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윤상 대표는 “1983년 미국 게임산업을 장악했던 아타리가 질 낮은 비슷한 게임들을 쏟아내자 이용자들이 외면했고 결국 게임 산업 전체가 무너진 일명 ‘아타리 쇼크’가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자 피로도 확산

모바일 게임은 1, 2분에 게임을 마칠 수 있고 조작 방법이 단순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이용자들의 피로도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유통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 게임서비스의 이용 현황에서도 이용자 피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9월 넷째주 게임 이용 횟수 6억2558만건을 기록한 애니팡은 이달 첫째주에는 2억8477만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캔디팡도 최고치였던 지난 9월 다섯째주 1억4494만건에서 이달 첫째주 7082만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오정숙 랭키닷컴 연구원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장터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카카오톡 게임들이 모두 3주 천하에 그쳤다”며 “이달 12일 기준으로 카카오톡용 게임 가운데 하루 이용자 수 30만명 미만 게임들이 18개로 72%나 차지하는 등 유통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