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 "제2의 네이버·엔씨소프트 키우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700억~5000억원 규모 자금을 마련해 모바일 분야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국형 앱스토어'(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 설립도 업계와 논의할 예정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사진)은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의 벤처 붐을 통한 '모바일 코리아' 신화를 이끌기 위해 오는 12월 해산할 계획이었던 KIF(코리아 IT 펀드)에 재투자해 모바일 벤처를 육성할 것"이라며 "기존 KIF 자금을 조성했던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협의도 마쳤다"고 밝혔다.

KIF는 국내 이통사들이 2002년 정보기술(IT) 관련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3000억원 규모로 마련한 펀드로 현재 37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펀드를 콘텐츠 · 광고 · 포털 등 국내 모바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방통위가 이통사들과 함께 새로운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자금을 좀 더 모아 내년 초 5000억원 규모로 시작하길 기대한다"며 "국내 모바일업계에서 제2의 네이버나 제2의 엔씨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세계적 IT 기업도 허름한 창고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했다"며 "그런 가능성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국내 모바일 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함께 앱스토어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통합 앱스토어 창설은 이통사들의 의지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한다. 최 위원장은 "다음 달 이통사 사장들과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 이 문제를 언급할 것"이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각종 제재를 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통신업계 마케팅 비용만 8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이 비용이 연구 · 개발(R&D) 등으로 쓰였다면 업계에 더욱 긍정적 발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LTE(롱텀에볼루션) 등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최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투 트랙'(와이브로와 LTE 시장 동시 공략)으로 가야 한다"며 "와이브로와 LTE는 서로 공생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통위는 앞으로 글로벌 통신업체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활용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방통위는 국내 스마트폰 활성화와 함께 무선 인터넷 요금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정액 요금제 가입자도 급증하고 있다"며 "데이터 사용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