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날 모습이 이럴까.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2007 삼성 유로 챔피언십' 최종일인 18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 행사장은 초만원이었다.

게임대회를 보러 유럽 각국에서 몰려온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함께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세빗 2007'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행사장 입구에 이르자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년 네 명이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어슬렁거리고 있다.

"Please,give me a ticket(입장권 하나만 주세요)"하며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게임대회를 꼭 보고 싶다며 애원한다.

WCG는 삼성전자 주도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대회.이날은 유럽 예선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다.

'피파 2007' '워크래프트3'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12개 종목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반소매 차림이다.

WCG 주관사인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은 관람객이 1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중앙 무대 대형 스크린에 생중계됐다.

500석 규모의 중앙 무대는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안전 난간마저 흔들거렸다.

한 관람객은 7살배기 아들이 화면이 안보인다고 투덜대자 아예 무동을 태웠다.

총상금 11만달러 중 금액이 가장 많은 1만5000달러의 주인공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우승자인 스웨덴 'SK-게이밍'팀이었다.

종합우승은 '피파 2007'과 '워크래프트3'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가 차지했다.

피파 우승자인 우크라이나 고등학생 올레그 크라마(16)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회계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WCG는 유럽 26개 국가 선수 250명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함께 어울려 게임을 즐기는 축제다.

전시장에는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필립스,EA(일렉트로닉아츠),AMD,ATI,스피드링크 등 세계적인 후원 기업들이 다양한 홍보 부스를 차렸다.

중앙 무대 옆에 있는 '삼성 풋볼존'은 축구 경기장 축소판이다.

'삼성 모바일'이라 쓰인 유니폼을 입은 비보이 무리들이 그 안에서 춤을 춘다.

모니터에서는 삼성이 후원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의 경기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프랑스 대학생 미셸(21)은 왜 이 먼 곳까지 왔느냐고 묻자 "It's fun and cool(신나고 재밌다)"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WCG 대회 노래인 'Beyond the Game(게임 그 이상)'을 흥얼거렸다.

ICM 관계자는 "이렇게 많이 몰릴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WCG가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하노버(독일)=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