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를 방문한 오유섭 ICM 사장(44)은 정부 관료들의 환대에 깜짝 놀랐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그를 맞은 주정부 관계자들이 여러가지 지원방안과 비전을 제시하며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싶다고 제의해온 것이다. 이미 호주지역 파트너가 선정돼 있어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멀티미디어 빅토리아'를 모토로 내건 주정부와 비즈니스맨 빰칠 정도로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준 관료들을 보며 그는 부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오 사장은 "우리 정부도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어떤 방식의 지원이 효율적인지는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첫해를 맞는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와 컨퍼런스가 국내 게임산업에 좌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를 준비하면서 오 사장은 여러차례 막막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게임올림픽으로 불리는 WCG 대회를 치르기에는 해외 네트워크가 너무도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해외파트너 망을 구축할 방법이 없어 초기에는 대회의 주요 스폰서인 삼성전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케팅 전문회사인 ICM만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업 초기에 삼성전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굵직한 방송사들을 해외 사업자로 선정하고 나니 이후로 가속도가 붙더군요" 현재 중국 CCTV, 영국 나우TV, 스페인 텔레포티카 등 해외 방송사들이 ICM의 해외 파트너로 참여중이다. 초반에는 국내에서도 대회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가 어려웠다. 이미 게임관련 행사가 많아 WCG의 차별성이 잘 부각되지 않는데다 ICM에 삼성전자가 출자했다는 것도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다행히 게임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업체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대회가 성공하면 WCG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바뀔 겁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앞으로 2년 안에 30% 미만으로 낮춰 독자 생존의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오 사장은 내년부터 국내 통신사 가운데 한곳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해 공동 마케팅을 펼 계획이다. 대회도 서울 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행사 유치에 적극적인 지자체와 함께 치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게임대회와 함께 치르는 컨퍼런스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오 사장은 현재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제대로 된 게임 컨퍼런스가 없으므로 이 컨퍼런스를 게임정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게임컨퍼런스는 세계 게임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WCG가 자리잡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국내 게임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아시아 게임업계가 세계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키우겠습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