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31호인 경주 첨성대는 신라시대의 고도로 발달된 건축공법의 일면을 보여주는 역사적 유물이다.

첨성대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16년(서기 647년)에 세워져 지난 1천3백50여년동안 모진 풍상에도 거의 완전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첨성대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무거운 돌(평균 3백57㎏)을 이용한 중력식 건축구조물로 높이 9.108m 밑지름 4.93m 윗지름 2.85m다.

몸체는 27단이나 맨 위의 정자석을 합치면 28단이고 기단석을 합치면 29단이다.

사용된 원통부의 원통석 숫자는 하층부터 27단까지 3백62개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27단은 선덕여왕의 ''27대'',28단은 기본 별자리 28수,29단은 한달 29일을 상징하고 3백62개는 1년의 날 수와 일치한다.

또 네모난 창 위로 12단,아래로 12단은 1년 열두 달과 24절기를 상징한다.

기단석은 한 변이 평균 5.27m인 정사각형으로 동서남북 4방위에 맞추고 기단석에 의해 받쳐져 있는 첨성대의 몸통 부분은 완만한 반곡선적 형태의 표면을 지니고 있다.

첨성대 중앙에 위치한 창문은 정남이다.

정남으로 향한 창은 춘분과 추분에 태양광선이 첨성대 밑바닥까지 비추게 돼 있고 하지와 동지에는 아랫부분에서 광선이 완전히 사라져 춘하추동의 분점(分点)과 지점(至点)을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건축공학자 이동우 박사(1986년)에 따르면 첨성대 설계자는 특이한 반곡선적 형태를 창안,구조적 안정성과 심미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를 고려했다.

1단에서 12단까지는 완만한 곡선으로 방정식 표시가 가능하고 13단에서 20단까지는 경사된 직선,24단에서 27단까지는 수직의 직선부분, 그리고 21단에서 23단까지는 경사된 직선과 수직 직선을 이어주는 곡선 부분으로 돼 있다.

이러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는 안정성과 조화된 곡선미로 나타난다.

이같은 구조는 세계 건축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첨성대 설계자가 뛰어난 건축기법과 과학기술, 그리고 심미안적 사고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원통부내 기단부터 12단까지 채워진 자갈과 흙은 토압을 만들어 원통부의 돌들이 안쪽으로 붕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원통부 하부에 채워진 흙은 지진으로 인한 진동 등에 대비한 것으로 첨성대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설계자는 19단과 20단에 내부 정자석을 배치,버팀대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돌들이 안으로 무너질 위험성을 방지했다.

첨성대는 어느 건축물에서도 보기 드문 반곡선적 형태를 창안,건축물의 안정성을 고려한 동시에 심미적인 측면을 강조한 건축구조물로서 신라인의 독창적인 과학기술 세계를 보여준다.

염영일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