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금의 해’였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상식으로 올해 금값은 오르는 게 맞다. 주식 등 위험자산이 흔들릴 때는 보통 금 같은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금 가격은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강(强)달러가 금 시세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자산' 金의 배신…올 고점 대비 19% 뚝
19일(현지시간) 금 선물 12월물은 0.3%(5.3달러) 떨어진 트로이온스당 1678.2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8.2% 하락했다. 올해 최고점 대비로는 19%가량 떨어졌다.

금 가격은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초 트로이온스당 2069.4달러를 찍었던 금 가격은 4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6개월 동안 금값 하락률은 14%였다.

시장에선 올해 금값 부진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증시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며 가격 상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험까지 불거졌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또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수십 년 만의 최고점을 찍으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인 금 투자가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는 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금값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이 컸다. 국채 투자 수익률이 이자를 주지 않는 금 투자를 능가하게 됐다.

당분간 금값이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올 4분기 금값 평균치가 트로이온스당 1650달러일 것으로 봤다. 다만 JP모간체이스는 Fed의 매파 기조가 덜해진다면 내년 말까지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82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셰어스(GLD)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2% 이상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리퍼에 따르면 금 등 귀금속 관련 ETF와 펀드에서 12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