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부호가 친중서 반중으로 돌아선 까닭은
"대만이 또 다른 홍콩이 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

"
대만 2위 반도체 업체 롄화전자(UMC)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차오싱성(75)이 지난 1일 타이베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다짐이다.

2005년 UMC 회장에서 사임한 후 싱가포르로 이주했던 그는 다시 대만 시민권 회복을 신청했다면서 대만을 지키기 위해 대만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중국 본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던 친중 인사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통일론자였다.

그러나 몇년 전 반중으로 급선회했고, 지난달에는 잠재적 공격을 막기 위해 대만의 국방 교육 강화 등 용도로 30억 대만달러(약 1천3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한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5일 "대만인을 일깨워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게 하고 싶다"며 기부를 발표했다.

그는 왜 돌변했을까.

차오 전 회장은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지켜보며 중국에 반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해 7월 21일 홍콩 윈룽 지하철역에서 흰색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흰색 옷을 입은 남성 100여명이 시위대와 행인을 쇠파이프로 공격하는 '백색테러'가 벌어졌다.

차오 전 회장은 2020년초 대만 매체 웰스매거진과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공장을 세우도록 지원한 것을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라난 그는 대만 반도체 산업 개척자 중 한명으로 1980년 UMC를 세웠다.

또한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쑤저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허젠반도체를 세웠고, 이 같은 '공로'로 중국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다.

2010년 관영 중국중앙(CC)TV는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했고, 같은 해 푸젠성 샤먼대는 심포지엄에 주빈으로 초대했다.

중국 유물 수집가인 그는 2008년 도자기를 팔아 지진 피해를 본 쓰촨성에 800만달러(약 109억원)를 기부했고, 이후 쓰촨성 청두를 방문했을 땐 시장의 영접을 받았다.

대만 반도체 부호가 친중서 반중으로 돌아선 까닭은
하지만 그는 이제 중국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됐으며, 기술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의 최근 행보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전했다.

차오 전 회장이 공개적으로 중국과 공산당을 비판하자 허젠반도체와 UMC는 지난달 잇달아 성명을 통해 그가 이미 10여년 전 은퇴했고 현재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관인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마샤오광 대변인은 "차오싱성의 대만 독립에 대한 입장은 대만 주민 대다수를 대표하지 않으며 그의 국방 기부와 발언은 기본적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을 모욕한다"고 비판했다.

SCMP는 "차오 전 회장이 더 이상 반도체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180도 변화는 대만의 시대상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현 차이잉원 행정부는 미래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을 소외시키며 대만과 미국 간 반도체 공급망 통합을 강화하는 '민주주의 칩' 개념을 미 정치인들과 함께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기술 개발 총책임자 출신으로 중국에 스카우트돼 '반도체 굴기'를 도왔던 반도체 업계 거물 장상이(76)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장상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컴퓨터역사박물관(CHM)과 역사 구술을 위한 면담에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회사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에 몸담았던 자신의 선택을 '일생의 실수'로 규정했다고 지난달 대만 중앙통신사가 전했다.

장상이는 "사람의 인생 중 때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곤 한다"며 "SMIC에 합류한 것은 바보 같은 일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