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티야로 만든 부리또./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르티야로 만든 부리또./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멕시코 밥상 물가의 기준인 토르티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토르티야는 밀가루나 옥수수 가루로 만든 얇은 빵으로 멕시코인들의 주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뭄으로 원재료 가격이 치솟은 데다 범죄 조직에 지불해야 하는 통행세마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가시장정보통합시스템(SNIIM)에 따르면 이날 토르티야 전국 평균 가격은 1㎏당 21.11페소(약 1400원)로 1년 전 18.44페소(약 1230원)보다 15%가량 올랐다. 올 초만 해도 토르티야 전국 평균 가격은 18.72페소(약 1250원) 수준이었다.

지역별로 토르티야 가격은 제각각이다. 이날 멕시코 남부 도시 푸에블라시에서 판매된 토르티야 평균가는 14.15페소(약 945원)로 집계됐다. 하지만 멕시코 북서부 도시 에르모시요시에서는 28.33페소(약 1890원)에 달했고 일부 지역에선 30페소(약 2000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승세는 토르티야를 주식으로 삼는 멕시코인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된다. 토르티야는 고기,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반으로 접어 먹는 타코, 갖가지 재료를 돌돌 말아서 먹는 부리또 등의 기본 재료다. 멕시코인들의 최저임금은 한 달에 5250페소(약 35만 원)가량이다. 일반적으로 멕시코 4~5인 가족이 하루에 1㎏에 달하는 토르티야를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의 11%에 달하는 600페소(약 4만원)가량을 토르티야 식비로 써야 한다는 의미다.

작년보다 토르티야 가격이 급등한 것은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토르티야 원재료인 밀과 옥수수 가격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밀과 옥수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8%, 20% 상승했다. 미국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밀과 옥수수 수확량이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멕시코 밀가루 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시켰고 토르티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운송 업체가 범죄 조직에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통행세'가 일부 지역에서 상승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밀매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어 이들에게 통행세를 내지 않으면 위험이 뒤따른다. 오메로 로페스 가르시아 전국토르티야협회장은 "밀과 옥수수 가격이 오르고 운송비가 상승하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 토르티야 가격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로페스 가르시아 토르티야협회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토르티야 가격은 연말까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