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크협정 강조하는 中…러에 힘싣고 중재자 위상 모색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으로 신(新) 민스크 평화협정(2015년)의 이행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신 민스크 협정이라는 원점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의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왜 각 측이 함께 충분히 논의하며 협정 이행 로드맵과 시간표를 만들 수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등 공식 입장 표명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신 민스크 협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왕 부장은 거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 이행 로드맵 마련을 촉구했다.

신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2015년 체결한 협정을 말한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등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친러 반군의 독립 투쟁이 촉발됐고 그 이후 반군과 이들을 진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교전이 내전 양상으로 비화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휴전과 교전 재개를 반복하며 이어지던 상황에서 2015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 정상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동해 성사시킨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제2차 휴전 협정이 바로 신 민스크 협정이다.

당시 협정 체결에 관여한 4개국 정상 중 푸틴 대통령만 아직 현직으로 남아있다.

협정은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 중단 및 중화기 후진 배치와 함께,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자치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개헌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군대(러시아군)와 군사장비, 용병 등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시키고 동부 지역 자치를 위한 지방선거를 시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결국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을 포함한 특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유지를 담보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었다.

협정 체결 당시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의 위기가 심화하자 일단 위기 봉합의 방편 차원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던 신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자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우선 중국으로선 신 민스크 협정 이행을 거론함으로써, 국제적 분쟁의 중재 노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신 민스크 협정의 내용으로 미뤄, 최근 반미를 코드로 전략적 공조를 심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을 암묵적으로 거드는 측면도 있다.

중국으로선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우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임자 시절 체결된 신 민스크 협정에 부정적이고, 러시아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리더인 미국이 빠진 합의라는 점에서 미국이 책임지고 이행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소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 민스크 협정 이행 카드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이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가 이행에 부정적인 기류라 미국으로선 수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신 민스크 협정 이행 제안 카드는 성공해도 좋고,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