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이 14일(현지시간) 마틴 슈크렐리에게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치료제 다라프림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인상, 폭리를 취해 얻은 6460만 달러(한화 약 767억원)를 전액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데니스 코트 연방 판사는 또 슈크렐리가 남은 일생 동안 제약산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슈크렐리는 2015년 튜링제약(현 비예라제약)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희귀 기생충병 치료제이자 암과 에이즈에도 효과가 있는 다라프림의 독점적 권리를 사들인 뒤 한 알에 13.50달러(약 1만8000원)였던 약값을 750달러(약 90만원)로 5000% 이상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미 의회 청문회에 소환된 슈크렐리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비웃음을 날린 것은 물론 자신을 비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겨냥해 "힐러리의 머리카락을 뽑아오면 한 가닥에 5000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조롱 섞인 페이스북 글을 올려 미국의 대표적인 '국민 밉상'으로 회자됐다.

재판부는 슈크렐리가 다라프림의 가격을 올린 뒤 훨씬 저렴한 복제약(제네릭) 출시를 막기 위해 제네릭 제조사들과 불법 합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슈크렐리는 자신의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 자본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보험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다라프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것(다라프림)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중에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마저 슈크렐리를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미국인들의 큰 분노를 샀다.

이번 소송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뉴욕주를 비롯한 7개주가 제기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슈크렐리가 "탐욕에 휩싸여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약품의 가격을 불법으로 대폭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반독점 소송과 별도로 슈크렐리는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8년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