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중도파 인사인 조 맨친 상원의원(73)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바이드노믹스)을 좌우할 ‘키맨’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저임금 2배 인상 방침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에도 제동을 걸어 결국 철회시킨 전력이 있다.

맨친 의원은 5일(현지시간) 웨스트버니지아주 지역 라디오 ‘메트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2조3000억달러(약 26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안에 대해선 “25%가 적정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앞뒤 가리지 않고 (법인세율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이 6~7명 더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정책마다 반기…바이드노믹스 'Mr. 쓴소리' 조 맨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2조3000억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맨친 의원이 반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제안이 원안대로 상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차지하고 있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고 단순 과반(51표)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절차’를 동원하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인프라 투자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오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진다. 맨친 의원이 바이드노믹스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맨친 의원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법안에 최저임금 2배 인상안(시간당 7.5달러→2025년까지 15달러)을 넣으려 할 때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경제 여건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대신 ‘최저임금 11달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원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최저임금 2배 인상안을 1조9000억달러 부양법안에서 뺐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장관급)으로 지명한 니라 탠든 후보자 인준에도 반대했다. 탠든의 과거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막말 트윗’이 의회에서 초당적 협력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탠든 지명을 철회했다.

법인세율과 관련해서도 맨친 의원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 재원 조달과 관련해 맨친을 포함한 다른 상원의원들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맨친은 웨스트버지니아주 탄광마을인 파밍턴 출신 3선 상원의원이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0% 가까이 득표하며 압승할 만큼 공화당 세가 강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2004년과 2008년 두 번 연속 주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2010년 상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2012년 재선, 2018년 3선에 성공했다.

지역구가 공화당 성향이 강해 맨친 의원은 주요 현안에서 무조건 민주당 당론을 따르는 대신 초당적 목소리를 낼 때가 많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공화당 친구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