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2015년 세운 기록을 5년 만에 경신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증시의 시총은 전날 기준 10조800억달러(약 1경2300조원)를 나타냈다. 중국 증시가 호황을 구가했던 2015년 세운 기록(10조500억달러)을 넘어섰다. 중국 증시는 40조달러 규모 시총에 가까이 가고 있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중국 증시 시총은 지난 3월 저점 대비 3조3000억달러가량 불어났다. 상하이지수는 올 들어 10% 이상 상승했다. ‘중국판 나스닥’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한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과학혁신판)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커촹반을 대표하는 5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스타50지수는 올 들어 50%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 증시가 선전하는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이 꼽힌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늘어난 2397억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신규 상장 확대와 위안화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이 커촹반과 홍콩증시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고,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본토 증시로 돌아온다면 중국 증시 시총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증시 호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 개방 및 선전 기술기업 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에도 힘입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시 주석 연설이 시장의 기대에 비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날은 소폭 조정받기도 했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2015년 6월 5000선을 넘겼던 상하이지수가 단숨에 2000선까지 추락한 시기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거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과 현재 중국 증시의 기초체력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크레이그 코벤 아시아태평양지역 글로벌캐피털마켓 공동대표는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성장성에 주목해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