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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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차기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등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에 일본인을 앉히려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자국인을 사무총장에 앉히면 날로 중요해지는 국제표준 제정에 일본 표준규격을 반영시키기 유리할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국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국제기구 사무총장 선거 및 인사 관련 업무를 내각관방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지난 4월 내각관방 산하에 발족한 국가안전보장국(NSS) 경제반을 중심으로 내각인사국과 외무성이 국제기구 사무총장 선거일정과 후보 인선, 다른 나라와 협력 등을 종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소관 부처들이 제각각의 입장에 따라 국제기구 사무총장 선거에 대응해 왔다.

일본 정부가 '일본인 사무총장 만들기'에 나서는 건 무역, 통신, 해양 등 여러 분야의 국제표준규범을 만드는 국제기구의 중요성이 경제안전보장 관점에서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일본은 현재 UN 등 15개 주요 국제기구 사무총장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반면 중국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연합 공업개발기구(UNID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4곳의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회원국의 투표로 국제기구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노려 대규모 경제원조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를 얻고 있다. 2019년 FAO 사무국장 선거에서는 카메룬의 채무변제를 유예해주는 대신 이 나라 후보를 사퇴시켜 중국인 후보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중국인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국제기구는 하나 같이 중립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ICAO는 2016년부터 대만의 총회참가를 불허하고 있다. 공공연히 중국의 광역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와의 연계 강화를 강조하는 ITU는 전세계 통신규격과 국가전략을 중국 정부의 입맛대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노리는 부분은 같은 지역에서 연속으로 사무총장이 나오는 것을 피하는 국제기구의 관례다. 주요 국제기구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상호지원하는 전략을 짜면중국세 확산도 저지할 수 있고 일본인 사무총장을 다수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특성상 각료(우리나라의 장관급) 출신 인사가 많다는 점도 일본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포르투갈 수상을 역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과 에티오피아 보건·외교장관 출신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사례에서 보듯 국제기구는 고위 관료 출신을 선호한다.

일본은 먼저 호베르트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후임 선거에서 미국과의 연대를 시작으로 주요 선거를 치러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UN 사무총장과 유네스코(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 2022년에는 WHO, ILO 등 주요 기구 사무총장의 임기가 차례로 끝난다. 중국이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ICAO, UNIDO, ITU 등도 2021~2022년 차례로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국세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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