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점령 기념 1968년 '예루살렘의 날' 제정
이란, 팔레스타인 지지 1979년 '쿠드스의 날' 선언
공교롭게 겹친 예루살렘의 날·쿠드스의 날

정치·종교적 분쟁이 빈번한 중동 지역에서도 가장 예민한 도시는 예루살렘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에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성지인 예루살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불법 점령 문제로 두 종교의 갈등과 폭력이 끊이지 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최전선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예루살렘을 '최후의 수도'로 선언한다.

예루살렘은 종교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의 친미와 반미 진영이 벌이는 정치 대결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해 5월 22일은 이 도시를 둘러싸고 확연히 다른 양측 세력의 지정학·종교적 관점과 역사관이 더욱 대조되는 날이 됐다.

공교롭게 이스라엘이 제정한 '예루살렘의 날'이자 이란이 주도하는 '국제 쿠드스의 날'이 겹쳤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의 날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해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이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동·서 예루살렘을 아우르는 '통합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포한 일을 기념한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은 이곳을 미래의 독립국 수도로 여긴다.

이스라엘에선 매년 이날에 통곡의 벽 부근에 모여 예루살렘의 '역사적 수복'을 축하하고 자신의 영토라는 점을 대내외에 부각한다.

이날은 히브리력으로 2번째 달 이야르의 28번째 날 일몰부터 이튿날 일몰까지로 올해는 5월 21일∼22일에 해당한다.

공교롭게 겹친 예루살렘의 날·쿠드스의 날

5월 22일은 동시에 국제 쿠드스의 날이기도 하다.

쿠드스는 예루살렘의 아랍어 명칭이다.

중동 이슬람권에서는 유대족이 쓰는 예루살렘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일부 국가는 지도, 출판물, 공개발언 등을 통해 이를 쓰면 처벌하는 법률도 있다.

이 도시의 명칭은 한국으로 치면 마치 동해를 둘러싼 명명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이다.

국제쿠드스의 날은 1979년 2월 이란 이슬람혁명 성공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전 세계 이슬람권이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지지를 표하자며 제안한 날이다.

이란을 위시한 중동의 친이란 세력은 쿠드스의 날에 대규모 집회를 열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와 지지를 확인한다.

이날은 1968년 이스라엘이 선언한 예루살렘의 날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쿠드스의 날은 이슬람력(히즈리력)의 아홉번 째 달이자 금식성월인 라마단의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예루살렘의 날과 쿠드스의 날이 각자 다른 역법에 따라 정해지는 탓에 겹치는 일이 드문데 올해엔 같은 날이 됐다.

이날이 되면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대규모 집회로 세를 과시하지만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예년과 같은 야외 행사가 축소됐다.

공교롭게 겹친 예루살렘의 날·쿠드스의 날

대신 양측 모두에 중요한 날이 겹치면서 상대를 겨냥한 설전이 한층 뜨거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예루살렘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것이다"라며 "우리 조상의 땅인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던 1967년 예루살렘 해방이 어제처럼 느껴져 가슴이 뛴다"라고 연설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2일 쿠드스의 날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은 신이 행하시는 지하드(이슬람 성전)로 무슬림의 의무이자 이슬람의 목표다"라며 "암세포와 같은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비인도적 범죄는 그 범위와 무게를 비교할 데가 없다"라고 말했다.

두 기념일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거칠게 벌였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땅을 넓히려는 시온주의자의 습성상 그들은 평화와 걸맞지 않다.

네타냐후같은 불량배를 거꾸러뜨리고 팔레스타인을 방어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대해 즉시 트위터로 "이스라엘을 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정권은 누구라도 자신이 같은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그(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알아야 한다"라고 맞받았다.

21일에는 이스라엘 관공서와 기업, 비정부기구(NGO)의 홈페이지 약 300곳이 해킹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의 홈페이지는 '이스라엘 파멸의 초읽기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놀랄 준비하라'는 문구와 불에 타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합성 사진으로 바뀌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최대 항구인 샤히드 라자이항의 운용 시스템이 해킹돼 마비됐다고 19일 보도하면서 배후가 이스라엘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앞서 이달 8일 이스라엘의 전산 시스템 2곳이 해킹당해 상·하수 처리, 화학물질 첨가를 통제하는 프로그램이 다운됐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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