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눈치보기 이어진다…'일본 신용 못한다' 얘기 들을 것"
벚꽃 행사 명부 파기·사학재단 관련 공문서 조작 등 문제 지적
후쿠다 前총리 "공문서 불상사 이어진다"…아베 정권 작심 비판
일본 집권 자민당 원로 정치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공문서 관리 실태가 엉망이라며 아베 정권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17일 보도된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총리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문제나 재무성에 의한 결재 문서 고쳐 쓰기 등 공문서에 관한 불상사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누구를 초대했는지 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관련 기록이 대거 폐기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나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관련됐다는 의심을 산 사학 비리와 관련한 재무성 문서가 조작된 것 등을 염두에 둔 여권 내부 비판인 셈이다.

2008년 공문서관리법 제정의 틀을 논의한 전문가 회의를 만들기도 했던 후쿠다 전 총리는 "공문서는 나라의 역사를 만든다.

성의 돌담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돌과 같은 것"이라며 "돌 자체나 놓는 방법이 나쁘면 나라가 무너지게 되며 해외에서 '일본은 신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문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총리관저가 공무원 인사를 주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쿠다 前총리 "공문서 불상사 이어진다"…아베 정권 작심 비판
후쿠다 전 총리는 관료가 정치인에게 인사권이 있다고 생각해 좋은지 나쁜지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의 마음에 들도록 생각하게 됐다며 정치인들은 "관료 인사 방식이 잘못됐다"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관료의 눈치 보기가 유행하고 있다.

정치가가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하고 싶겠지' 상상해서 공문서 고쳐 쓰기 등을 하고 만다"고 최근 세태를 지적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벚꽃을 보는 모임 초대자 명부도 예산 집행에 관한 문서이므로 보존 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할 것이 아니라 참의원 결산위원회가 끝날 때까지 보존해 충분한 국회 논의에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에 남는다'고 말하면 정치가라도 터무니없는 것을 말할 수 없고 부당한 정치 개입을 배제할 수 있다"며 공문서 관리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인 동시에 "관료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이라고 공무원을 향해 충고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최근 아베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전국 초중고교의 일제 휴교를 요청한 것을 거론하며 그 경위에 관해 '기록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면 "근대국가로서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