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 국민투표안 헌법재판소가 거부
마테오 살비니 "국민이 직접 의원 뽑지 못하게 한 것은 수치"
'비례대표제→소선거구제' 이탈리아 극우정당 개헌 시도 좌절
이탈리아에서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극우 정당이 비례대표제를 완전한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헌법재판소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16일 선거 제도를 비례대표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변경하고자 동맹 측이 제출한 국민투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가 투·개표 조작 가능성 등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는 1948년 공화국 수립 이후 선거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으나 큰 틀에서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은 그동안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려면 비례대표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정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 이면에 우파연합이 다음 총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례대표제→소선거구제' 이탈리아 극우정당 개헌 시도 좌절
30%대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는 동맹을 비롯해 이탈리아형제들(FdI), 전진이탈리아(FI) 등이 포진한 우파연합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 분포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소선거구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철 지난 구식 시스템을 옹호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살비니는 "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정당들이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구태이자 선사시대 최악의 정치 행태로 회귀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헌재 결정에 굴복하지 않고 국가의 수장을 국민의 직접 투표로 뽑는 선거제도를 관철하고자 다시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현 연정의 두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측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면서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개선·보완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당은 정당이 의석을 얻을 수 있는 득표율 마지노선을 2%에서 5%로 상향한 순수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수정안에 합의하고 의회 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연정이 도중에 붕괴하지 않는다면 새 선거제도는 현 의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총선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