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2조달러(약 22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실물경기가 크게 둔화한 데다 중국 정부가 게임과 교육, 제약부문의 규제를 강화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1월 3587.03으로 고점을 찍은 뒤 미끄러지기 시작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2593.74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28%가량 폭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300개 블루칩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300지수(CSI300지수)도 10% 이상 떨어졌다.

통신과 정보기술(IT)업종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대(對)이란 제재법을 위반했다며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를 제재하면서 관련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엔 보안 우려로 미국과 미 동맹국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제한이 확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재 업종의 주가도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 업종의 주가는 1월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게임과 교육, 제약부문에 고강도 규제책을 시행하면서 관련 종목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졌다. 일부 종목은 60%에 이르는 폭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중국 당국이 지난 8월부터 신규 온라인 게임 총량을 규제하고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게임업종의 주가 하락이 컸다.

중국의 대표적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주요 업종 전반에 걸쳐 도미노식 주가 하락이 이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생산·소비·투자 등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갈수록 둔화해 앞으로도 중국 증시의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기의 하강 기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아 내년 상반기 중국 증시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