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칠레 FTA는 축복… 테아모 현대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본사에서 해외 딜러 회의를 할 때면 오른쪽에 앉히는 사람이 있다. 칠레의 리카르도 레스만 길드마이스터 회장(사진)이다. 정 회장은 다른 딜러들에게 “이 사람만큼만 하면 된다”고 얘기하곤 했다고 한다.

칠레 산티아고 길드마이스터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레스만 회장은 다른 얘기를 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현대차 품질이 좋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칠레에서 현대차를 독점 수입 판매한다. 1985년부터 32년째다. 독일 BMW와 인도 마힌드라, 중국 베이징모터스 제품도 판매하지만 현대차 매출 비중이 85%를 넘는다. 현대차는 칠레에서 승용차 부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10년이 넘었다. 2004년 한·칠레 FTA 체결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 6% 관세가 없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5~6위권이던 현대차 순위가 뛰어올랐다. 현재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10%를 넘는다. 2~4위권은 점유율이 8~9% 수준이다. 레스만 회장은 “한·칠레 FTA는 큰 축복이고 현대차와의 협력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레스만 회장의 서비스 정신은 현대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레스만 회장의 부친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지니어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에 자연스럽게 노출됐고,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레스만 회장은 직원들에게 고객에 대한 진정성과 책임감, 약속을 강조한다. “나는 입으로 한 약속이라도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다”며 “고객도 마찬가지고 현대차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1992년부터 15년째 한·칠레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은 51개사에 달한다. 레스만 회장은 “칠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 1위국이고 현대차는 어느 기업보다 리튬을 많이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이런 분야 협력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산티아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