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2위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그룹의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헝다그룹은 지난 4주 동안 장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였고 그 덕분에 주가는 40%가량 상승했다.

일부에서 시세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 물량의 69%를 사들이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9.25달러를 찍었다.

매수대금은 20억 홍콩달러(약 2천905억 원)였다.

이달 들어 헝다그룹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7억7천900만 달러(약 8천800억 원)로, 지난해 전체 이자상환 비용에 맞먹는다.

이를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보름 동안의 거래물량의 최소 3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26일에는 6%나 하락한 8.70달러 선으로 후퇴했다.

홍콩 증시가 요구하는 주식 유통물량의 최저한도에 근접해 앞으로 자사주를 더 매입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후이 카얀 헝다그룹 사주 겸 회장의 지분은 73.8%에 이른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자사주 매입으로 이 회사 주식의 유통물량은 22%를 간신히 넘는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례적일 만큼 공격적인 매수였다"면서 "사실상 후이 회장이 회삿돈을 들여 주식 물량의 씨를 말리고 있는 셈"이라고 논평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상장주의 유통물량 최저한도를 25%로 규정해놓고 있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거래소 측은 헝다 그룹 주식의 유통물량 한도를 묻자 답변을 피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헝다그룹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선전 증시 우회 상장에 대비해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헝다그룹은 선전증시에 상장될 경우 예상 주가를 홍콩증시의 주가의 약 4배 정도로 잡고 8명의 전략적 투자자들로부터 30억 위안(44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헝다그룹은 2차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투자자 중에는 국유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의 주가 격차가 크면 국유기업들의 참여가 어려울지 모른다.

씨티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유기업들이 본토증시 상장사에 투자하려면 본토와 홍콩증시의 주가 격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최근 헝다그룹이 자사주를 매집하는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회계 리서치 기업인 GMT리서치의 나이젤 스티븐슨은 "최근 헝다 그룹 주식의 거래 과정에 시세 조종의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