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직진도로·에어컨 끄고 주행'→'도로종류별·주행속도별 구분표시'로 변경

일본이 2018년부터 자동차 연비표시 방식을 유엔전문가들이 2014년 마련한 국제기준(WLTP)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한국과 유럽 각국도 가까운 시일 내에 WLTP를 도입한다는 계획이어서 늦어도 1~2년 내에 각국 자동차의 연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동차 연비표시 방법을 시가지, 교외, 고속도로 등 주행하는 도로에 따라 3단계, 주행속도는 저속, 초고속 등 4단계로 세분해 주행조건에 따라 표시하도록 기준을 바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자동차 연비가 현행 표시 연비보다 30% 안팎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연비표시는 2007년 도입된 일본의 독자적 기준인 'JC08모드'를 따르고 있다.

JC08모드는 "평지 직진도로를 에어컨을 켜지 않은 채 달리는" 상황을 가정해 산출한다.

이 때문에 실제 연비와 표시연비 사이에 차이가 난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나 경차 등 연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차종일수록 실제 연비와의 차이가 크게 난다.

65만 명의 회원이 실제 연비를 투고하는 인터넷 사이트 'e연비'를 운영하는 '이드'에 따르면 표시연비가 리터당 40㎞에 육박하는 자동차의 실제 주행거리가 30㎞도 되지 않는 등 표시연비와 실제 연비가 3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하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도 공식 팸플릿에 "실제 연비는 카탈로그 보다 평균 20%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도입하기로 한 새 기준은 연비를 '저속'에서부터 '초고속'에 이르는 4단계로 나눠 측정토록 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초고속'을 제외한 3단계로 나누도록 했다.

실제로 '초고속' 주행할 도로가 별로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주행 도로는 '시가지'와 '교외', '고속도로' 등 도로종류별로 표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도로를 주로 이용하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주행하는지 등 자신의 운행패턴에 맞춰 연비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성은 지난 4월 발각된 미쓰비시(三菱) 자동차의 경차 4종 연비표시 조작사건을 계기로 연비표시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기준 도입을 서두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