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3∼4위도 회의 열어 시진핑에 사실상 충성맹세

중국의 '핵심' 지도자로 격상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 직후 공급측면 개혁을 비롯해 중국 경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6중전회 다음날인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해 현 경제 상황을 분석하며 하반기 경제운용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그는 총수요의 적절한 확대와 공급측면 구조개혁을 주(主)노선으로 삼아 올해 경제성장 목표(6.5∼7%) 달성과 제13차 5개년계획(13·5 규획, 2016∼2020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쓸 것을 지시했다.

시 주석이 전통적으로 총리의 영역이던 경제 분야까지 직접 챙김으로써 국정 전반에 대한 1인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 총리는 시진핑이 경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28일 국무원 당조직회의에서 "6중전회에서 시 총서기의 핵심 지위를 명확히 했다"며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철저히 학습하라고 말했다.

리 총리가 중앙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국무원 간부들을 소집해 시 주석의 발언을 배우라고 촉구한 것은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모습이다.

특히 경제 정책 관련, "공급측면의 개혁을 주노선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각 기관에 요구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공급측면 개혁은 시주석이 강조해온 '시진핑 표' 경제 정책이다.

이에 비해 리 총리는 공급측면 개혁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적 완화를 중시하는 수요 측면의 경제 정책을 중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미뤄 리 총리가 자신이 중점적으로 다뤄온 경제 정책도 시 주석의 영역으로 옮겨갔음을 인정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중전회를 계기로 리 총리는 물론 집단지도체제의 중심축인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입지도 함께 축소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의 권력서열 3∼4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28일 각각 전인대와 정협 당조직 회의를 열어 시 주석의 발언을 철저히 학습하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긴밀히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두고 권력 2∼4위의 지도자들이 시 주석에게 사실상 충성맹세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시 주석이 6중전회에 앞서 지난 8월 16일 위정성 주석과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상무위원 3명을 배석시킨 가운데 당외 인사 초청 좌담회를 한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관영 신화통신이 이를 뒤늦게 공개한 데에는 6중전회 결과가 당외 인사들의 의견까지 수렴해 도출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시 주석이 다른 지도부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음도 짐작하게 한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