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G20서 5일 양자회담…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여 만에 회동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 중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시리아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미 AP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이틀째인 이날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밝혔다.

두 정상이 회동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비공개 양자회담을 한 이후 9개월여 만이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대표단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별도 회동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간 양국이 이견을 보여온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다시 한 번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정상의 회동에 앞서 역시 항저우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4일 만나 시리아 내전 휴전과 대(對)테러 작전 협력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뾰족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동 후 "몇 가지 어려운 쟁점들"로 인해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5일 오전 다시 한 번 만날 예정이다.

앞서 케리 장관은 지난 7월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가 시리아 공군의 비행을 막고 미군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면 러시아와 미국의 정보를 공유하고 테러리스트 폭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안했다.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추진했지만, 러시아는 오랫동안 지원해온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밀리자 지난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러시아는 반군 중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누스라전선과 같은 테러조직이 있다는 명분으로 반군 공습에 나섰고, 미국은 러시아가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번 회동은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국제 현안뿐 아니라 미국 11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사건에 따른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번 사드 배치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안보 균형을 깨트리는 행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앞서 3일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큰 파열음이 노출되지는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