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트위터 글 하나에 낚이는 사람"…자신감속 본인의 경험·능력 강조
남편 빌 45년전 첫 만남-첼시 가족 언급하며 연설…오바마-샌더스 치켜세우기

"아니야, 도널드 (트럼프). 그렇지 않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때리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는 1시간여 연설 내내 공직 경험과 정책 측면에서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월등히 능가한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고,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밤 10시 반, 흰색 바지 정장을 차려입은 클린턴 후보는 외동딸 첼시의 소개로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 농구경기장인 '웰스파고 센터'에 마련된 전당대회 마지막 날 무대에 올랐다.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점이 감격스러운 듯 클린턴은 환한 웃음 속에 가슴 벅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5분가량 이어진 열광적인 환호에 "너무 감사하다"고 첫 입을 뗀 클린턴은 첼시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더불어 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뒤 45년 전 예일대 로스쿨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경선 라이벌이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향해 "당신이 추구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다.

함께 그것이 이뤄지도록 하자"며 찬사를 보내자 객석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클린턴의 트럼프 공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트럼프가 지난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현실을 암울하게 묘사하고 자신만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부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클린턴은 "외국에서 싸우는 군인과 위험을 무릅쓰는 경찰과 소방관, 생명을 구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함께 바로잡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트럼프는 '나홀로' 대통령이 되겠지만, 자신은 국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댈러스 총격 사건으로 5명의 경찰이 숨졌을 때 지역사회에 지원요청을 한 지 불과 12일 만에 500명이 돕겠다고 나섰다"고 말하는 등 미국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클린턴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14차례나 거론했고, 그때마다 "트럼프가 미워하는 것을 사랑한다" 등의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가 테러나 전쟁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아무런 경험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그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실제 위기에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라. 트위터 글 하나로 낚일 수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믿고 핵무기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트럼프가 "장성들보다 내가 '이슬람 국가(IS)'를 더 잘 안다"고 말한 사실을 끄집어내며, 단호한 어조로 "아니야, 도널드. 당신이 더 잘 아는 게 아니야(No, Donald, you don't)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대회장을 가득 메운 1만여 명의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큰 박수로 환호했다.

클린턴은 이어 일자리 창출, 기회 보장, 임금 인상, 월가 개혁, 클린 에너지 확대 등 정책 공약을 줄줄이 나열하며 "함께 해야 가능하다"며 '동참해 달라(join us)'고 5차례나 연달아 호소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클린턴은 또한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우리 집에 겁쟁이가 있을 공간은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 덕분에 스스로 극복한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계속 싸워나가겠다"며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운명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함께 하면 더 강해진다"며 화합과 단결을 주문하며 연설을 끝냈다.

연설이 끝나자 대회장은 천장에서 떨어진 오색 풍선과 꽃가루로 뒤덮였고, 클린턴 가족과 팀 케인 부통령 가족이 일제히 무대에 올라와 대의원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

(필라델피아<美펜실베이니아주>연합뉴스) 심인성 강영두 김세진 특파원 sims@yna.co.kr, k0279@yna.co.kr,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