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근로자 임금을 법정 최저기준(시간당 7.25달러)보다 훨씬 높은 9달러로 올린다는 월마트의 발표는 한국에서도 관심사였다. 세계 최대인 이 유통업체는 내년엔 10달러로 인상하는 계획도 밝혔다. 당시 국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문제로 노사가 대립하던 터여서 월마트를 그대로 따라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남짓이다. 월마트가 결국 직원들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내 4600개 매장 중 일부에는 인력 재배치 지침까지 내려졌다. 말이 재배치일 뿐, 실상은 감축이다.

월마트의 인력감축은 최근 임금인상과 매장 내 직원확충이 경영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신학기 성수기인데도 인력에 손대야 할 정도로 늘어난 인건비가 부담됐던 것이다. 이 회사의 2분기 순이익은 3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40억9000만달러보다 15%나 줄었다.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임금인상은 모두 거품이다. 아니면 벌어둔 유보금 털어먹기다. 더 싸게 제품을 만들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제품을 내놓거나, 혁신적인 유무형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때 이익은 증가한다. 그런 이익의 적절한 배분이 임금인상이요, 이런 결정이 경영이다. 월마트가 뒤늦게 바로잡겠다지만 노조는 실질임금에 변동이 없다며 반발하고, 소비자들은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며 불만이라고 한다. 임금 올리기에 연간 10억달러를 더 쓰기로 했다가 효과도 없이 사실상 원래대로 복귀다.

국내 최저임금도 다를 바 없다. 내년도에 8.1% 오른 6030원으로 책정되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란만 반복했다. 무리하게 올리면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 종업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중소기업계의 잇단 항변에도 노동 기득권층과 좌성향 그룹은 1만원(79% 인상)으로 올리자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높은 임금을 누가 줄 수 있는지는 생각도 않는 떼법, 무엇이든 쇠주먹으로 강제하겠다는 어설픈 정의감, 법만 만들면 천국이라는 얼치기 이상주의가 문제였다. 약자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가짜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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