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각료급 회의가 최선"
하토야마 "정상회담 신청 안했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미국 시각)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이 추진 중인 오는 18일 코펜하겐 미.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미.일 간) 각료급 회의 등에서 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밝혔다고 교도(共同)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그는 "일본의 전 정권과의 합의가 있는 만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논의를 하기 위한 미.일 각료급 회의가 있지 않느냐"며 "논의도 기존에 합의한 내용의 실행하는 것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과거 자민당 정권에서 미.일 간 합의한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 주일미군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 발언은 일본 정부가 추진해 온 미.일 정상회담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하토야마 정권의 무원칙한 접근 방법에 불만을 표시해 온 미국이 내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50주년을 맞아 연내에 착수하려던 동맹강화 심화를 위한 협의를 무기한 보류한데 이어 일본측이 후텐마 해법 논의를 위한 각료급 회담 중단 방침을 정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당분간 양국 간 대치 기류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텐마 비행장 이전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며, 필요하다.

기회가 있으면 (코펜하겐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식으로 (회담을) 신청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정상회담 추진론이 제기된 가운데 하토야마 총리가 미국측에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미국 정부가 하토야마 정권 내부의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측이 연내 결론 압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최근 "연내에 미국측에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 이외의 대안 검토를 지시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하면서 미국측이 "종전 합의안 수용이라는 결단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수용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미.일 관계 악화를 우려, "연내에 분명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질책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입장 통일이 되지 않고 있어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하토야마 정권 내, 그리고 미.일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9일 괌을 방문한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년 이후로 미루려는 정부 내 기류에 대해 "미군재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본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립 여당인 사민당측이 주장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괌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미.일 합의에서 상당히 벗어난 이야기"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