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부의 금융위기 극복 프로그램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관리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고 11일 이타르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 프로그램이 계획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계획 이행률이 30%밖에 안 되는 만큼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사이 산업생산이 지난 200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달 6% 이상 감소하는 등 현재 경제상황은 우리가 바라는 목표와 거리가 있는 듯하다."라고 진단하면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찾아온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후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식 시장 붕괴와 함께 부도 업체가 속출하면서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말 "2009년이 러시아와 세계 경제에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약 520억~700억 달러 상당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 5개월간 환율 방어에 금ㆍ외화보유액의 4분의 1 이상(약 1천500억 달러)을 사용했고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루블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

10일 연휴를 마치고 첫 거래가 이뤄진 이날 달러 대 루블화 가치가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1998년 환율 붕괴를 기억하는 기업과 국민은 달러와 유로를 보유하려고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야권과 일부 분석가들은 실업 증가와 루블화 가치 하락이 사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카네기 센터의 니콜라이 페트로프 정치분석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비난받지 않는다면 금융 위기의 책임선 상에 있던 몇몇 관리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종합계획 수행을 위해 1년치 정부 예산과 거의 맞먹는 총 3천400억 달러를 책정했으며 이 돈은 연방 정부 예산과 적립준비금 등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핵심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과 정부 지급 보증을 위해 100억 달러를 별도로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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