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등 중동 3개국 순방 길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중동순방 목적은 중동 내 미국의 전통적 우방과 에너지ㆍ군사 분야의 관계 증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와 이란 등 러시아의 오랜 우방이 아니라 미국과 더 가까운 국가들을 순방국으로 선정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지난 2005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뒤 처음으로 중동지역을 다시 찾는 것이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가장 먼저 사우디를 방문하는 푸틴은 12일 오전에는 러시아,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타르를 방문하고 13일에는 요르단으로 건너가 압둘라 2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요르단은 중동지역 안정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압둘라 2세 국왕 정상회담은 중요한 전략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러시아에 가장 실질적인 결과물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에 관한 러시아의 의도에 수십년간 의혹의 눈길을 보내온 사우디는 최근 이러한 의심을 거두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군수물자 수입을 미국에 의존했던 사우디는 작년 처음으로 러시아 육군의 주력 전차인 T-90과 Mi-17 헬기 구입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따라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테러리즘 대응을 포함한 여러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