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한국의 3번째 타자가 아웃되는 순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결승 대 한국전을 중계한 일본 TBS아나운서는 연패끝에 거둔 승리에 흥분한 듯 이렇게 소리쳤다. 감격에 겨운 듯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말도 했다. 오사타하루(王貞治) 감독도 인터뷰에서 "일본 야구사에 새 페이지를 썼다. 여기까지 온 이상 우승을 노리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언론도 "한국에 설욕, 세계 정상 놓고 쿠바와 일전" 등의 제목으로 승리소식을 인터넷판에서 속보로 전했다. 일본 열도는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다. 대다수 일본 국민의 솔직한 감정을 대변한 것으로 보이는 중계아나운서와 오 감독, 주요 언론의 제목은 한국에 연달아 패한 충격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은 팽팽하던 균형이 대타 후쿠야마의 2점 홈런으로 깨지면서 7회에 대거 5득점하는 순간 이미 승리를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중계한 TBS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8회초부터 쿠바와의 결승전을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 TBS는 경기가 중단된 동안 강력한 우승 후보 도미니카를 꺾은 쿠바의 전력을 분석하면서 한국전 주요 장면을 되풀이 방송했다. 아나운서는 7회 대타 후쿠도메의 홈런장면에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구장에서 시원한 홈런이 나왔다. 몇번을 봐도 보기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경기에 쏠린 일본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 이날 조간에서 "3번째 결전" 등의 제목으로 한국전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영방송 NHK도 아침 종합뉴스에서 "국민적 관심사"라며 이례적으로 5분여를 할애해 한국전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인터넷판에 "예정보다 20분 늦게 일본 선공으로 경기 시작", "2회말 현재 0-0", "3회말 현재 0-0" 등의 제목으로 매회 끝날 때마다 속보를 내보냈다. 스포츠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종합지들도 매회 경기결과를 인터넷판 속보로 전했다. 후쿠도메의 선제 홈런이 나온 7회에는 "후쿠도메 선제 2점 홈런", "7회 대거 5득점, 한국에 리드" 등의 제목으로 안타와 홈런이 나올 때마다 속보를 갱신했다. 인기프로그램 "앗코에게 맡겨라"를 쉬고 경기를 중계한 TBS는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현지를 연결해 결전에 임하는 일본팀의 표정을 전한데 이어 경기중단 시간에도 정규 방송을 쉬고 한국전 전경기를 중계했다. 이번 대회에 쏠린 일본인의 높은 관심은 TV시청률에서도 확인됐다. 비디오 리서치조사에 따르면 16일 도쿄(東京)돔에서 열린 2차리그 한국전은 평일이었음에도 14.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진(巨人)팀의 야간 경기 평균 시청률 10.2% 보다 4.2% 포인트 높은 것. 준결승 한국전의 시청률은 즉시 파악되지 않았으나 1, 2차전 때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연패끝에 승리함으로써 반전효과가 극대화돼 과거에 비해 인기가 시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야구 인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WBC 와중에 오사카(大阪)의 한 시립초등학교에서는 한국과의 2차전이 열린 16일 수업시간에 남자교사(47)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수차례 TV로 경기를 시청한 사실이 드러나 학교장으로부터 '엄중주의'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5학년 담임인 이 교사는 4교시 산수와 5교시 국어시간에 수업대신 학생들에게 프린트를 나눠주고 문제를 풀도록 했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궁금증을 참지 못해 TV를 수차례 켰다껐다하면서 대 한국전 경기를 시청했다. 이 교사는 엄중주의 처분을 받은 후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도 있고 결과가 궁금하기도 해 TV를 보고 말았다"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