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독일 프랑스 등 서부지역 선진국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지역 후발 주자들은 호황을 보이고 있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유로존 선진 12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내수 부진에 따라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는 반면 중동부 유럽은 금년에도 3년 연속 4%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 경제 부진=국제통화기금(IMF)은 1일 유로존 올해 성장률을 1.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내놨던 예상치(2.2%)를 몇 달 만에 대폭 수정한 것이다. 특히 독일이 당초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의 2월 실업자 수는 사회 보장 개혁과 재계의 구조조정으로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인 5백20만명에 달했으며,유로화 강세와 고유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다. 유로존 3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도 사정이 비슷,이 두 나라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유엔 산하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작년 평균 8.9%에 달한 유로존 실업률이 금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유럽 호황=반면 중동부에 위치한 EU 신규 회원 10개국의 올해 평균 성장률은 4.5%로 추산(UNECE)된다. 수십년간 성장이 멈춰 있었던 이 지역 경제는 EU 가입을 전후로 탄력을 받기 시작,3년째 평균 성장률이 4%를 웃돌고 있다. 최대 동인은 외국인 직접투자(FDI)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부 유럽 19개국의 FDI 유치액은 전년 대비 25% 많은 3백6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자리와 자금의 동진(東進)=이 같은 지역간 희비는 동서 간 격차를 단계적으로 좁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규 회원 10개국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12개국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EU 확대를 계기로 기업과 투자가들의 동진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동유럽 경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유럽 기업들은 체코 등의 EU 가입이 가시화된 지난 97년부터 공장을 계속 동부로 이전,자국 실업률 상승을 부채질했다. 또한 최근에도 유럽 최대 가전회사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서유럽과 북미에 있는 27개 공장 중 10개를 동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