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준비위원회는187개 당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28일 제네바 소재 유럽유엔본부 회의장에서 제2차 회의를 개막했다. 이번 NPT 평가 준비회의는 북핵 파문 이후 처음으로 북핵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다자포럼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NPT 당사국들의 대응과 준비회의의 입장정리가 주목된다. 다음달 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준비회의는 개막식에 이어 이틀간 일반토론을 갖고 당사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을 청취한 뒤 ▲비확산, 핵군축, 안전보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비핵지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지역문제, 핵군축, 평화적 핵프로그램의 안전과 보안 등 특별현안에 관한 세부 토의에 들어간다. 당사국들은 이어 이번 준비회의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심의.채택한다. 특히준비회의 의장인 라스즐로 몰나르 유엔주재 헝가리 대사는 보고서에 북핵 문제 등주요 의제에 관한 토의내용을 사실적으로 요약한 내용(factual summary)을 성명서형식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몰라르 의장이 당사국들과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정리하는 요약보고서에 포함될북핵 문제에 관한 표현은 사실상 국제사회의 여론을 대변하는 공식성과 상징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향후 다자차원의 논의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개막 첫날 정의용(鄭義容)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 전반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 등에 관한 입장을 제시할 계획이며회의 기간에 한.미.일 3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응방식과 수위를 조율할 것으로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 비확산담당 대사를 겸하고 있는 존 울프 미국무부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파견한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준비위측은 지역그룹간 실무협의를 통해 일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NPT 탈퇴 효력 및 당사국 지위 여부에 관해서는 이번 회의에 한해 논의를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사국 대표들이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NPT 탈퇴 및 복귀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은 허용하되 세부 의제 토론에서는 북핵 문제의본질과 핵심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준비위측 관계자는 전했다. NPT는 지난 68년에 채택돼 70년부터 발효됐으며 지난해 11월 쿠바가 가입함으로써 당사국 수는 북한을 포함해 188개국으로 늘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월 탈퇴선언으로 당사국 지위가 이미 상실됐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NPT 탈퇴는 기탁국인미국, 영국, 러시아에 서면통보 후 3개월이 지난 뒤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돼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기탁국에 탈퇴의사를 정식으로 통보하지 않고 있다. NPT는 5년마다 평가회의를 개최하며 평가회의에 앞서 3차례의 준비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준비위는 뉴욕과 제네바에서 해마다 번갈아 개최되며 2005년 평가회의 준비회의 1차 회의는 지난해 4월 뉴욕에서 열렸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