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과 회계부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불투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노후'생활의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타임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타임은 최신호(7월29일자) 커버 스토리에서 주가가 한창 치솟은 1990년대, 젊은인터넷 사업가를 위시해 모든 시민의 화제는 누가 빨리 경쟁적인 노동시장을 떠나여행하고 골프 치는 편안한 여생을 즐길 수 있느냐였다. 이 시절에는 회사들이 55세만 되면 건강수당을 지급했고 59세가 넘으면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기 은퇴해 연금혜택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1960년 18%에서 73%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5년래 맞은 최악의 증시 위기와 엔론 사태 등 회계 부정으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현재 상황은 불과 몇년전과 사뭇 다르다. 운영하던 보험회사를 매각하고 63세에 은퇴한 마사 패리는 당분간 매각대금으로 생활하다 사회보장 수당이 나오기 시작하고 100만달러의 세금우대투자금이 130만달러로 불어나는 2년후, 본격적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즐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시가 파탄나며 100만달러의 계좌는 60만달러로 줄었고, 이제 그는 잠시동안 맛본 사치스런 생활을 접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이 더 악화돼 정규직으로 복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노후 대책 전문가들은 증시분석가, 자산운용가도 믿을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채권, 저축 등 자산 운용 방식을 다각화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은퇴전 일찍부터 저축을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 미국 가정은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부모 부양비가 늘고, 대학 등록금이 연 8% 가량 올라 자녀 교육비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연 8%씩 증가하는 의료비로 가계부담이 가중돼 저축에 대한 여력이 많지 않다. 특히 현재 55-60세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층은 이제껏 경제 호황만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 이들은 미래를 대비한 저축보다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왔고 이런 성향으로 볼때 이들이 은퇴후 보잘것 없는 연금에만 의존해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앞으로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는 내키지 않더라도 노동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퇴후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만큼 자발적으로 일을 지속하는 숫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 아메리카'라는 기관이 행한 한 조사에서 은퇴를 앞둔 55-64세의 조사 대상노동자의 95%가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게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한 대다수의 은퇴자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17세 가량 젊게 느끼고 있고, 4명중 3명이 새로운 기술이나 학문 습득을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정부정책이나 투자 방향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프랭크 딜론(65)은 37년동안 한 중견회사에서 시장 담당 이사로 재직하다 은퇴, 넉넉한 연금과 100만달러가 넘는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젊은 시절 꿈꾸던 한가한 생활을 약 1년 지속하다 최근 옛 회사에 자문직으로 복귀할 것을 결심했다. 그는 "얼마 안가 이런 생활이 지루해졌고, 사람들을 만나서 활기차게 살고 싶다"고 복귀 이유를 밝혔다. 이제 은퇴후 한가한 생활을 영위하길 바라는 추세는 옛날 이야기. 사람들은 또한 은퇴후 가족 부양과 경력을 쌓는일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자아 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마이애미 대학 은퇴자 센터의 노린 프라이 소장은 "65-70세 사이의 상당수의 은퇴자들이 문학, 창작, 회화, 중동 정치학, 컴퓨터 코스를 수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최근 사회 보장금 수령시기를 67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 국가가 앞장서 은퇴 연령 끌어올리기에 나선 듯한 인상을 준다. 좋던 싫던 최소한 70대까지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현상은 앞으로 드문 일이 아닐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