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에 따른 미국의 보복공격과 점점 가열되는 내부의 도전으로 탈레반이 와해되는 경우 차기정부 구성에 관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될 전 국왕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각 정파들간 세력다툼이 벌써부터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6일 아프간 정세에 정통한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전 국왕 모하메드 자히르 샤(86)가 아프가니스탄의 임시정부를 구성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국내외의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파키스탄과 유엔도 차기 아프간 정부에서 그가 역할을 맡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미 국무부의 리처드 하스 정책 및 기획담당 차관보가 로마의 별장으로 그를 방문해 모종의 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자히르 샤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로왔던 그의 치세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때문에 한때 그를 경멸했던 군벌들이나그의 숙적들을 지원했던 외국들은 자히르 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로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민' 성격의 이같은 움직임과는 다른한편으로 탈레반과 반탈레반 군대 지도자들은 탈레반과 탈레반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파슈툰족의 거점인 남부지역의 주요 지휘관들과 부족 지도자들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아프간 정세를 전한 관계자들은 반탈레반세력들이차기 정부에서의 역할보장을 미끼로 탈레반 군 장교들에게 이탈을 유도하려 하고 있으나 탈레반 역시 내부 균열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과의 접경지대인 3개 지역 군 사령관과 부족지도자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치열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자히르 샤가 대(大)국민회의를 소집해 새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 회의에서 누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지에 관한 문제는 유엔과의 협의를 통해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탈레반 이후의 아프간 진로를 결정하는 데 이 회의가 차지하게 될 비중을 감안하면 여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아프간의 정치세력에게 자히르 샤의 환심을 사는 것도 매우 절실한 일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이와같은 차기구도 경쟁과정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력은 반탈레반연합세력인 북부동맹의 지도자들로, 이들은 5년전까지만 해도 카불의 통제권을 두고서로 전투를 벌였던 군벌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탈레반이 국토를 거의 장악한 이후 영토와 권력, 교역권 등을 탈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각 종족을 대표하고 있다. 자히르 샤의 지도 아래 대표자 회의를 소집한다는 구상의 또다른 지지자로 지난96년 탈레반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됐으나 현재도 유엔에 의해 아프간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르하누딘 라바니를 들 수 있다. 이밖에도 특정 정파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적인 다수의 아프간 망명객들이 자히르 샤의 로마 별장을 분주히 드나들고 있다. 그러나 자히르 샤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망명 정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적했다. 일례로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을 쫓겨나 5년째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굴루딘 헤크마탸르 전 총리는 "아프간이 미군에 점령되지 않는 한 자히르 샤가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 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