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가 8일(이하 현지시간) 노예제도 등의 불법성과 팔레스타인의 자결권 및 독립국 건설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의 '역사적'인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각국 대표단은 8일간의 격론끝에 당초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긴 이날 오전 핵심쟁점인 노예제도 및 중동문제에 대한 막판 타협안에 합의, 투표를 통해 선언문과 행동계획을 공식 채택했다. 이스라엘 등 당사국의 중도 철수 등 우여곡절끝에 이날 폐막된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노예제도와 관련, 과거 노예거래에 따른 배상 및 사과요구를 철회하는 대신노예제도 및 노예거래가 반인도 범죄라고 규정하는 선에서 막판 대타협을 이뤄냈다. 선언문은 특히 노예제도 피해 당사자들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모든 당사국들이 노예거래 철폐 등을 위해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도덕적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선언문은 또 국제사회가 제3세계의 사회.경제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 노예제도로 피해를 입은 일부 후진국에 대한 지원근거를 명문화했다. 중동문제에 대해서는 주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안한 타협안을 기초로 해팔레스타인인들의 "양도할 수 없는 자결권과 독립국 건설권한"을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선언문은 특히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모든 국가들의 '안보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비난을 자제, 논란을 최소화했다. . 선언문은 이들 현안 외에 ▲외국인 차별 ▲식민주의 ▲세계화 ▲여성 및 어린이문제 ▲이민 ▲소수민족 단체 ▲에이즈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언급하며 앞으로 이들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회의와 관련, 유엔인권 판무관인 메리 로빈슨 인종차별회의 사무총장은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성과"라며 특히 노예 및 식민주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최종 선언문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중동국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배제됐다며 합의안 수용을 유보했으며 호주와 캐나다 역시 중동문제 타협안에 대해 일부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중동문제에 대한 아랍권 국가들의 비난속에 일방적인 철수를 선언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결과에 대해 "위대한 성과"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연합(EU)대표들이 시오니즘을 인종차별과 동등시하려는 아랍권 등의 시도를 봉쇄한대 데해 높이 평가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회의는 그러나 인종차별 척결에 대한 청사진 마련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배상문제를 둘러싸고 참가국들의 의견이 엇갈린 데다 이스라엘의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비난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표단을 철수하는 등 참가들의 첨예한 이해 대립으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반 AP.AFP.dpa=연합뉴스)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