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부가 화폐개혁을 통해 노리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옛소련붕괴이후 위태위태했던 경제가 이젠 안정화단계에 들어섰다는
대내외적인 선언이다.

두번째는 이런 명분을 통해 외국인투자유치확대라는 실리를 얻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경제는 그동안 "천정부지"라는 말이 꼭 어울릴만한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

지난 92년 인플레상승률은 2천3백%에 달했을 정도다.

퇴직자 등 연금생활자들을 중심으로 과거 공산정권시절이 좋았다는 얘기가
나왔고 공산당의 정치적인 힘도 커졌다.

그러나 경제개혁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인플레는 꺽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20-30%선이었던 물가상승률이 올해는 12%선으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한자리수(6-8%)로 내려갈 전망이다.

경제성장도 올해가 전환점이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 "플러스 1%"를 보였다.

연간으로는 2%의 성장이 가능하다는게 정부측 전망이다.

결국 "이번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났음을 의미하며 바닥을
친 경기는 올 하반기부터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총재)이라는게 러시아 정부의 평가이자 희망어린 향후 관측이다.

문제는 러시아경제의 추가성장이 자력으로는 힘들다는 점.

외국인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화폐개혁도 외국인투자자들을 안심토록 하는게 주된 목적중 하나다.

"2000년에는 2백억달러의 외국투자가 예상되고 이중 절반인 1백억달러는
직접투자가 될것"(체로노미르딘총리)이란 말은 거꾸로 외국인투자없이는
경제회생이 쉽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의 걸림돌이 쉽게 제거될 것같지는 않다.

외국인투자를 겨냥한 국영기업민영화도 전반적인 산업구조재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정부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뒤떨어진 사회간접자본 등은 여전히 외국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외국인투자를 어떻게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러시아 경제회생
의 열쇠라고 할수 있다.

<육동인기자>

*** 루블화 화폐개혁, 대러시아 교역 영향 미미 ***

루블화의 화폐교환이 한국의 대러시아 교역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화폐단위만을 바꾸는 것이어서 환율에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이번 조치로 인해 손해보는 사람과 이익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데서도 확인할수 있다.

특히 러시아정부의 화폐개혁 의도가 화폐거래의 편의성 제고에 있는 만큼
급격한 실물투기나 달러화 사재기 등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러시아채권에 투자한 국내 투자가들의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