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총선에서 적색돌풍을 일으킨 주역인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51)는 기이하게도 옐친 대통령에 의해 러시아정계 1선에 부상한 인물
이다.

옐친이 지난 93년 10월 의회를 거점으로한 보수파진영을 탱크로 진압할
당시 주류보수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쥬가노프에게 공산주의세력으로는
유일하게 총선참여를 허용했다.

이때까지도 쥬가노프는 의회내 공산주의진영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율의 인플레와 사회보장제도붕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공산주의시절의 향수를 부추기며 옐친공격의 최전선에 나서
최근 2-3년동안 급부상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교조를 상당부분 포기하는 대신 민족주의를 당강령에
결합시키면서 소수민족과 소외계층을 파고 들어 이번 총선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쥬가노프는 서방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은 온건파임을 강조한다.

소비에트 부활을 꿈꾸면서도 시장경제를 완전히 폐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러시아 오리올시의 교원양성대학을 졸업한 쥬가노프당수는 일천한 정치
경력에다 카리스마 부족으로 개인적 인기는 저조하다는 평을 듣는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산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조차도 쥬가노프를 대통령감
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러시아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당은 내년 6월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곧 자신을 후보로 지명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