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화기구(EMI)가 지난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유럽중앙은행의 모체가 될 EMI는 그동안 스위스 바젤에서 모임을 가져
왔으나 프랑크푸르트 본부가 제모습을 갖춤에 따라 본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 알렉산드르 랑팔뤼시 EMI 총재는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오는 99년까지는 유럽단일통화 도입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EMI의 프랑크푸르트 회동은 유럽단일통화출범을 위한 역사적 이정표라는
점에서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MI의 본격 가동으로 이른바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유럽연합(EU) 통화정책이 유럽중앙은행으로 일원화되고 ECU(유럽통화단위)
가 단일통화로 등장하게된다면 유럽은 물론 세계통화질서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EMI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럽통합조약인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대로 유럽단일통화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EMU의 실현을 위해 EU 회원국간 경제적 조화 를 촉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U가 계획하고 있는 유럽단일통화인 ECU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그렇다면 유럽의 통화통합작업은 예정된 일정 대로 순항할수 있을까.

이는 우선 EU 회원국들이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경제적 조화의
조건들을 얼마나 빨리 성공적으로 총족시켜 가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EU 12개 회원국 가운데 경제적 조화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재정적자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국가는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등
2개국뿐이다.

그러나 경제적 조화의 조건은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특히
재정부문에 관한한 상당한 신축성이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르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더라도 그 비율이 <>계속 감소추세에 있고 3%에 근접해 갈 경우
<>예외적이거나 일시적일 경우에는 경제적 조화의 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간주한다.

누적 정부부채 역시 GDP의 60%를 초과할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목표 수준인 60%에
접근해갈 경우 조건을 충족 시킨 것으로 본다.

여기에 비추어 볼때 EU 12개 회원국 가운데 오는 96년까지 재정적자
조건을 만족시킬수 있을 만한 국가는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를 포함해
덴마크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등 7개국이다.

내년 1월부터 신규 회원국이 되는 북유럽 4개국 가운데는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현재 이조건을 충족 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97년 1월1일 단일통화창출을 위한 조건중 재정적자 수준만을
놓고 볼때 EMU에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영국과 덴마크가 찬성으로
돌아설 경우 신규 가입국을 포함해 16개 회원국중 과반수가 이 조건을
만족시킬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EU 각국이 재정적자는 물론 정부부채,인플레및 이자율,환율등
모든 경제적 조화의 조건들을 충족시킬수 있을지는 의문시 된다.

특히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등은 대부분의 조건으로 부터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에 짧은 시일내에 그 기준에 부합하기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때 EMU가 97년 1월에 출범하는 것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며
2차 목표연도인 99년 1월에 출범한다 해도 가입국은 5~6개국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들어 EU 회원국들 사이에 통화통합계획의 수정 혹은 일정 연기,
경제적 조화의 조건 완화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