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위기에 몰렸던 임성재(24)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2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파71·7108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총상금 1200만달러) 조별리그 2차전에서다.

4조인 임성재는 이날 2차전에서 키스 미첼(30·미국)을 5홀 차로 완파하며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전날 1차전에서 셰이머스 파워(35·아일랜드)에게 5홀 차로 당한 패배를 설욕한 임성재의 성적은 1승 1패가 됐다. 2승을 거둔 파워가 선두, 임성재가 2위다.

패트릭 캔틀레이(30·미국)와 미첼은 각각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조 1위만 16강에 오르므로 임성재는 26일 열리는 3차전에서 캔틀레이를 꺾은 뒤 미첼이 파워를 꺾어주길 기대해야 한다. 이 경우 임성재와 파워가 2승 1패로 동률이 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임성재는 이날 1, 3번홀(이상 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기록해 2홀을 앞서갔다. 이 리드는 경기 끝까지 이어졌다. 4번홀(파3)을 내줬으나 5번홀(파4), 6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수확하며 격차를 3홀로 벌렸다. 12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임성재는 15번홀(파4)에서 쐐기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승부를 일찍 끝냈다. 임성재는 “어제 완패한 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점검한 덕분에 오늘 티샷이 좋았다”며 “첫 홀부터 버디가 나온 것도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임성재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포스트시즌 격인 페덱스컵 우승자 캔틀레이다. 캔틀레이는 세계랭킹이 4위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임성재는 “잘하는 선수와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기분 좋게 승리한 13조의 김시우(27)는 연승에 실패했다. 그는 이날 티럴 해턴(31·미국)에게 마지막 홀을 내주고 1홀 차로 패했다. 해턴이 2승으로 1위, 김시우와 대니얼 버거가 1승 1패로 공동 2위다. 17번홀(파3) 버디로 동률을 이뤘던 터라 마지막 홀 실수가 아쉬웠다. 김시우는 18번홀(파4)에서 약 4m 파 퍼트를 간발의 차로 놓쳤다.

김시우 역시 최종 3차전에서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28·남아프리카공화국)를 상대로 승리한 뒤 버거가 해턴을 이겨주길 바라야 한다. 그럴 경우 김시우와 버거, 해턴 세 명이 플레이오프에 돌입해 16강 티켓을 놓고 다툰다. 1조에선 세계 1위 욘 람(28·스페인)이 2승을 거두고 선두로 나섰다. 2조에선 세계 2위 콜린 모리카와(25·미국)가 1승 1무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